유럽학회서도 주인공된 비만약…"신장 환자, 사망 위험 20% 낮춰"

노보, GLP-1 추가 데이터 발표
전문가들 '역사적 순간' 환호
지난 2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의 노보노디스크 발표 현장. 남정민 기자
지난 24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ERA 2024) 메인홀. 2200명이 넘는 세계 신장질환 전문가들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와 같은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한 만성 신장질환 임상 연구 결과를 듣기 위해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사망 위험을 20% 낮춰준다는 임상 결과에 현장에선 ‘역사적인 순간’이란 반응이 나왔다.

올해 ERA 2024의 주인공은 비만약이었다. 23~26일 열린 유럽 최대 신장 질환 분야 학술행사에서 미국과 호주, 유럽 공동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한 플로(FLOW) 임상 3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매주 투여해 질환 진행 속도를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도록 설계됐다.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린 문장은 “가짜 약 대비 확실히 우위를 보였다”였다. 만성 신장질환 환자 353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가짜 약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사망률을 20% 낮춰줬다. 만성 신부전으로 투석하거나 신장 이식수술을 받는 등 질병이 악화할 위험을 24% 줄여줬다. 세계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8억 명에 이른다. 이날 발표를 맡은 블라도 페르코빅 호주 시드니대 교수는 “신장질환과 당뇨병을 앓는 사람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도 입증해 약물의 미래 가치를 더 높였다”고 했다. 함께 발표 무대에 오른 캐서린 터틀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는 만성 신장질환 치료의 새로운 기둥이 될 것”이라며 “이 약물은 환자의 신장과 생명을 살린다”고 강조했다.

청중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한 독일 의료인은 “임상 결과가 아주 놀랍다”며 “역사적인 세션에 와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플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도 공개됐다.

스톡홀름=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