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에 '스마트 플랜트' 본격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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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로 공정 운전 등 효율화
"베테랑 엔지니어 빈자리 대안"
자체 기술 개발…타사 공급 추진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개 ‘스폿’이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설비를 점검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AA.36838476.1.jpg)
회사 측은 스마트 플랜트로 비용을 연간 100억원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 사람이 조작하던 공정 변수를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는 공정자동제어(APC)로 연 20억원을 절약하는 식이다. 또 고장이 예상되는 장비를 미리 교체하는 고장예측솔루션으로 연 20억~30억원을 아낄 것으로 보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2019년 적용한 APC, 고장예측솔루션을 포함해 공정자동제어고도화, 안전모니터링체계 등 ‘스마트 플랜트 2.0’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 기업이 조립 라인에 도입하는 ‘스마트 팩토리’와 달리 장치 산업인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솔루션을 짰다. 해외 기술을 구매하지 않고 자체 개발했다는 게 특징이다. 회사 측은 스마트 플랜트 솔루션을 다른 기업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자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에서 사고가 두 배가량 늘었다. 현장을 떠난 베테랑 엔지니어의 노하우가 전수되기 어려운 탓이다. 세대교체→근로자 역량 저하→사고 발생이라는 악순환을 스마트 플랜트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K이노베이션의 판단이다.
회사가 스마트 플랜트 일환으로 주니어 엔지니어에게 시니어의 기술을 전해주기 위해 ‘엔지니어 기술 챗봇’을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챗봇은 챗GPT처럼 작업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또 신입 엔지니어가 시민데이터사이언스(CDS)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 전문인력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이날 방문한 울산CLX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이 고도화설비(FCC)를 돌아다니며 가스 누출 등을 감시했다. 스폿 본체 가격은 1억5000만원이고, 각종 장비와 개집 등 부대시설까지 합치면 2억5000만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스폿의 효율성을 점검한 뒤 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또 증강현실(AR) 기기로 현장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경영진이 강조하니 화려함만 좇아 AI, DT를 적용하려다가 실패하는 기업이 많다”며 “현장에 쓸 수 있는 기술을 먼저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