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정밀해진 '로봇 일꾼'…건물 내부 5㎝ 단위까지 거미줄처럼 인식"

STRONG KOREA FORUM 2024
(5) '로봇 공학의 전설' 로드니 브룩스 MIT 명예교수

클라우드로 로봇 수천대 통제
AI 통해 주변 환경·공간 인식
관측 결과 공유·새로운 정보 수정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도 대응

사고 현장·우주 넘나드는 로봇
日후쿠시마 원전 현장 '팩봇' 파견
NASA 화성탐사 '로버'에도 영감
"韓 대기업·스타트업과도 협업"
자신이 개발한 협동로봇 박스터(오른쪽), 소이어와 포즈를 취한 로드니 브룩스. 리싱크로보틱스 제공
“로봇 한 대가 학습한 내용은 클라우드로 다른 모든 로봇에 전파할 수 있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는 로봇들의 지능을 모두 합한 ‘슈퍼 마인드’가 될 것이다.”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드니 브룩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는 29일 ‘차세대 통신(NEXT G)과 로보틱스: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4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스트롱코리아 포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그가 말한 ‘클라우드 슈퍼 마인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시스템 반도체, 차세대 통신(NEXT G) 네트워크 장치 등으로 구성된 AI 컨트롤타워를 뜻한다. 로봇이 창의적 집단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AI 로봇 사령부 ‘스카이넷’과 비슷한 개념이다.

브룩스 교수는 “모든 로봇은 자신이 학습한 결과를 클라우드에 공유하고 업데이트하면서 더 똑똑해질 것”이라며 초거대 AI와 NEXT G, 로봇의 융합이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우드로 로봇 수천대 통제…AI 통해 주변 환경·공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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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니 브룩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는 인구학적 변화가 로봇 공학 발전을 이끄는 실질적 배경이라고 밝혔다. 인건비 상승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노동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소 민감한 이슈지만 저임금 노동자가 하는 작업은 로봇이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브룩스 교수는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컴퓨터과학으로 스탠퍼드대에서 1981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MIT 인공지능연구소를 창설한 주역이다. 센서 정보를 토대로 로봇 행동을 실시간 교정하는 이론을 1980년대 세계에서 처음 내놨다. 리싱크로보틱스, 아이로봇, 로버스트닷AI 등 다수 기업을 창업했다.

▷스트롱코리아 2024 키노트 제목 ‘로봇이 클라우드를 만날 때’가 미래 산업에 시사하는 바는.“클라우드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트윈 등으로 모든 로봇에 대한 최적의 계획을 수립하고 특정 작업을 할당할 수 있다. 개별 로봇의 ‘슈퍼 마인드’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는 AI 로봇이 주변 환경과 공간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다른 로봇과 사람들의 행동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2’에 나온 종말론적 세계가 현실화할 것 같다.

“SF(공상과학) 영화와 현실이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로봇과 공존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문화적 수용성이 로봇 기술 개발에 제동을 걸 수 있다.”▷온디바이스 AI로 작동하는 로봇을 클라우드가 제어할 수 있는가.

“모든 물리적 기계는 이중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로봇은 (인간이 제어에 실패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실패해야 한다. 클라우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로봇이 주변 사람을 공손하게 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챗GPT 등 초거대 AI와 로봇의 만남이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생성형 AI는 토큰의 선형 문자열을 기반으로 한다. 선형대수학으로 로봇의 신경망을 구성한다. 로봇이 3차원 세계에서 활동하려면 이것만으론 불충분하다. 토큰 개념이 기하학적으로도 잘 구현돼야 한다. 이런 기술 개발은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활약한 로봇을 설명해달라.

“2011년 3월 18일 후쿠시마 원전이 침수된 지 7일째에 ‘팩봇’이라는 로봇을 보냈다.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잔해와 파편을 수거하고 방사선 수치 등에 대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전송했다. 2014년 4월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인간이 들어가기에 여전히 방사선 수치가 너무 높은 곳에서 이 로봇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 밖에 개발한 로봇을 소개한다면.

“거친 지형을 달릴 수 있는 여섯 다리의 로봇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으로 보낸 6개 바퀴 로버에 영감을 줬다. 내가 창업한 리싱크로보틱스는 박스터, 소이어라는 이름의 상체 휴머노이드를 개발했다. 이들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협동 로봇이다. 이 밖에 바닥 청소 로봇, 수영장 청소 로봇 등 고객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로봇을 제작했다.”

▷최근 NASA가 달로 로봇을 연달아 보냈다. 우주에서 로봇의 활약이 주목되는데.

“달을 포함해 다양한 행성에 보내는 로봇의 숫자가 앞으로 상당히 많아질 것이다. 로봇은 생명유지 장치가 필요하지 않으며 우주인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

▷도심항공교통(UAM)도 AI 로봇의 한 종류로 보인다.

“UAM은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대한 꿈에서 진화해왔다. 많은 기업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개발했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타당한 항로를 따라 승객을 태우고 비행에 성공한 사례는 적은 것으로 안다. 대규모로 도입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다. 미래 첨단 기술은 아이디어 발굴에서 상용화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로버스트닷AI 창업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적외선을 이용해 물체 표면을 소독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팬데믹으로 물류 창고에서 가정까지 비대면 배송이 보편화됐고 관련 인력 부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로버스트닷AI에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가.

“로봇이 건물 내부 5㎝ 단위까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비주얼 슬램(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 자율주행에 필요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이와 관련한 공간 지도를 그리는 것이다. 딥러닝을 활용해 창고와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원들과 다른 로봇을 인식할 수 있게 학습한다. 선반으로 이뤄진 통로와 지게차, 바닥에 있는 팔레트, 사다리 등도 감지한다. 스스로 로봇 주차 구역과 충전 스테이션도 찾아갈 수 있다.”

▷공장 내 군집 로봇 운용 기술로 보인다.

“AI 최적화 기술을 써서 수천 대의 로봇과 사람을 위한 작업 흐름도를 짠다. 새로운 정보를 수신하면 그에 맞춰 계획을 변경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든 로봇은 자신이 관측한 결과를 디지털 트윈으로 공유하고 지속해서 업데이트한다.”

▷한국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경쟁력 있는 글로벌 대기업과 리벨리온 등 실력 있는 AI 스타트업이 많다. 이들 기업과 협업할 계획은 없나.“해당 기업들을 잘 알고 있으며 수년에 걸쳐 담당자들과 교류해왔다. 예전에 한국을 찾았을 때 일부 기업을 방문한 적도 있다. 어디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 다른 기업과도 앞으로 협업할 생각이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