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진로·처음처럼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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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 넘어 수도권 공략대전·충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선양소주(옛 맥키스컴퍼니)는 작년 11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수도권 시장에 처음 진출한 소주 브랜드 ‘선양’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내에 인공 수로를 내고 배를 타고 여정을 떠나는 느낌으로 매장을 꾸몄다. 3주간 약 1만7800명이 다녀갔다.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사진)은 26일 기자와 만나 “팝업스토어가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을 거두자 대형마트, 편의점 상품기획자(MD)의 입점 문의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선양 360mL 병 제품은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서, GS25와 협업해 지난 3월 내놓은 640mL 페트 제품은 전국 GS25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월평균 판매량은 2만 상자(360mL 60만 병) 수준이다.
국내 최저 도수·칼로리 내세워
출시 두 달 만에 100만병 완판
"내년엔 月 600만병 팔겠다"
지방 소주사들은 최근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감이 크다. 소주 시장 성장이 정체한 가운데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 주류사가 지방에서도 시장 장악력을 키우면서 지방 소주업체 실적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선양소주가 역으로 수도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주목받고 있다.
김 사장은 “국내 최저 칼로리(360mL당 298㎉), 최저 도수(14.9도) 소주인 선양을 앞세워 수도권 Z세대 홈술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선양소주가 작년 3월 선보인 선양은 출시 두 달 만에 초도 물량 100만 병이 완판(완전 판매)됐다. 애초 회사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대전·충남에서만 한정 판매할 계획이었는데,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이 깊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수도권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도 입점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부는 저도주 열풍도 한몫했다.
김 사장은 “도수를 낮추기 위해 주정에 물을 많이 섞으면 물비린내가 난다”며 “선양은 일반적인 희석식 소주와 달리 쌀, 보리 증류 원액을 넣어 잡내를 없애고 소주 특유의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과거 2010년대 무학 등 다른 지방 소주 회사도 수도권 시장에 진출했지만, 자본력과 영업력을 갖춘 대형 주류업체의 벽에 막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수도권 공략을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게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을 주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음식점 등 업소용 시장은 판촉·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안착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선양은 SNS, 팝업스토어 등을 적극 활용해 가정용 시장 공략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선양소주의 전국 소주 시장 점유율은 2%대다. 그는 “내년에 선양의 월평균 판매량을 지금의 10배인 600만 병으로 늘리고 전국 점유율도 5%까지 높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19년 미얀마 주정 회사인 아이시클컴퍼니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선양소주는 이르면 내년 4월 미얀마 양곤에서 첫 해외 생산 공장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생산 물량은 월 200만 병 수준이다.
대전=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