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핵폐기물 80% 감축 가능"

'핵 변환기술' 세계 첫 승인
거액의 구축비용이 걸림돌
스위스 당국이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핵변환’ 기술을 승인했다. 그간 연구 영역에 머물러 온 기술이 정부 차원에서 인정된 최초 사례다.

스위스의 핵폐기물 관리기관 나그라는 25일(현지시간) “핵변환 기술을 통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양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핵변환은 한 원소를 다른 형태의 동위원소나 다른 원소로 변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과거 연금술사들이 흔한 금속을 금으로 만들려던 시도에서 착안해 40여 년 전부터 원자력 폐기물에 응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는 “여러 국가에서 핵변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그라는 제네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트랜스뮤텍스가 개발한 핵변환 기술을 몇 개월간 검토한 결과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랜스뮤텍스는 입자 가속기와 반응기로 플루토늄이나 기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 금속인 토륨과 중성자 입자를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우라늄 동위원소가 생성되고, 이 동위원소가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방출하게 만들었다.

나그라는 트랜스뮤텍스의 핵변환 기술이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80%까지 감축시킬 뿐만 아니라 방사선 지속 기간도 500년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핵변환 기술의 높은 초기 비용이 잠재적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스위스 당국의 인정은 핵변환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할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입자 가속기와 결합된 반응기를 구축하는 비용이 명확하게 책정되지는 않았지만 트랜스뮤텍스가 개발한 기술의 근간이 된 유럽 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 한 대의 건설 비용은 47억5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 수준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