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연금 모수개혁 먼저"…與 "구조개혁 동력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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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연금개혁 주도권 싸움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구조개혁 없이는 모수개혁도 불가능하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1대 국회 내 모수개혁안 처리’ 제안을 거절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을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함께 제대로 논의하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재명 "44% 여당 제안 받겠다"
김진표도 "21대서 모수개혁을"
국힘 "구조개혁 함께 해야" 거절
대통령실 "22대서 충실히 논의"
“연금개혁, 기본 틀부터 바꾸는 문제”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쟁과 시간에 쫓기는 어설픈 개혁보다는 22대 첫 번째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며 “22대 국회에서 여야정협의체와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가며 정기 국회 내에서 처리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했다. 민주당 모수개혁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연금개혁 의지가 없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역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추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은 단순히 수치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 틀부터 근본적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의 문제”라며 “부대조건과 구조개혁 방안을 쏙 빼놓고 소득대체율 부분만 제시하면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연금개혁안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주장하는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다.
“21대서 모수개혁, 22대서 구조개혁”
21대 국회에서 동력을 잃어가던 연금개혁 논의는 23일 이 대표가 재점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의 윤석열 정부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소득대체율 45%’는 민주당 안이었다”며 발끈하자 25일 기자회견에선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해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모수개혁을 21대 국회에서 타결 짓자는 주장이다.김 의장도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기회를 살리지 않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헌법상 의무를 해태하는 것”이라며 “21대 국회가 모수개혁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의 디딤돌을 놓자”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료율을 어느 정도 인상해 놔야 기초연금 및 직역연금 등 후속 구조개혁을 위한 여건이 조성된다”고 강조했다.“기금 소진 시점 조금 늦출 뿐”
대통령실과 여당은 현재 논의되는 모수개혁은 제대로 된 개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4%로 바꾸더라도 기금 소진 시점이 9년가량 늦춰질 뿐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는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 신구연금 분리, 재정 악화 시 자동 조정장치 도입 등 구조개혁 아젠다를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민주당 주장처럼 모수개혁을 먼저 할 경우 구조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이 안을 덜컥 받으면 최소한 2027년까지 연금개혁의 추가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다”며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모두 포함된 개혁안을 내놓고 이재명 대표의 얄팍한 술수에 적극 대처하기 바란다”고 썼다.다만 여당 내에서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다. 연금특위 위원인 김미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거라면 우선 나아가자. 그리고 또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숙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지난 26년 동안 단 1%도 움직이지 못한 보험료를 4% 올리는 현재 개혁안만이라도 천금과 같은 기회가 왔을 때 처리하는 것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여야가 사흘 안에 극적 타결을 이루지 못하면 연금개혁 논의는 22대 국회로 넘어간다. 김 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단독으로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 “이 안건은 연금개혁특위의 고유 안건으로, 누구도 본회의에 상정할 권한이 없다”며 “특위 의결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