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곤충 10년 지켜봤더니…"진화, 예측 가능 방식으로 반복돼"

美 연구팀 "야생 대벌레 실험서 단기 진화의 예측 가능성·반복 확인"

같은 진화는 시간이 흐르면 반복될까? 야생 환경에 사는 대벌레(stick insect)의 색 패턴 변이를 10여년간 관찰하는 실험에서 단기적 진화는 대부분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반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주립대(USU) 재커라이어 곰퍼트 교수팀은 27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캘리포니아주 내 야생 티메마 대벌레(Timema cristinae)의 색 패턴 변화를 10여년간 추적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곰퍼트 교수는 대벌레에서 주변 식물에 따라 특정 색 패턴의 개체 수가 변하는 '빈도 의존적 자연선택'(FDS)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특정 형질 진화가 예측 가능하고 반복적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계를 되돌리면 지구상 생명체는 지금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할까? 아주 다른 모습으로 진화할까?'와 같은 진화의 반복 여부는 오랫동안 논쟁거리가 돼 왔다. 화석 기록에는 비슷한 형질이 다른 종과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평행진화와 자연선택이 일어난다는 단서가 있지만 종의 유전적 적응과 분화를 연구, 비교할 수 있는 통제 실험에서는 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캘리포니아주 내 10개의 다른 지역에 사는 야생 티메마 대벌레의 색 패턴 다형성(polymorphism) 변화를 추적 조사했다.

먼저 유전자를 분석해 색 패턴을 녹색, 줄무늬, 멜라닌 색 등 3가지 다형성으로 나누고, 4만8천349마리를 대상으로 각 다형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대벌레에서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가 감소함에 따라 생존 적합도가 증가하는 '음의 빈도 의존적 자연선택'(NFDS)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개체와 다른 특이 형질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곰퍼트 교수는 "모든 개체군에서 줄무늬 대벌레의 출현 빈도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증가와 감소의 반복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는 유전적 변이에 기반한 진화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런 색 패턴 변화를 대벌레가 주변 식물에 숨어 덤불어치(scrub jay) 같은 천적을 피하기 위한 진화 현상으로 풀이했다.

녹색 대벌레는 잎과 줄기가 모두 녹색인 캘리포니아 라일락 관목 속에, 줄무늬 대벌레는 잎은 녹색, 줄기는 갈색인 샤미스(chamise) 관목 속에 몸을 숨기기 좋다.

연구팀은 현장 실험을 통해 특정 색 패턴을 가진 개체가 흔할 때보다 희귀할 때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새들이 주변에 풍부한 대벌레 모습을 먹이 이미지로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곰퍼트 교수는 곤충을 잡아먹는 새처럼 진화 압력이 되는 요인은 항상 존재한다며 이 연구 결과는 기존 변이와 관련된 진화가 단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반복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더 긴 시간 규모에서는 진화의 역학 관계 예측이 더 어려워진다"며 "이 연구의 시계열 데이터는 상당한 가치가 있지만 더 긴 시간 간격으로 발생하는 드문 진화 사건은 포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Zachariah Gompert et al., 'Evolution repeats itself in replicate long-term studies in the wild', http://dx.doi.org/10.1126/sciadv.adl3149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