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시장 IP 개발 공식…'패키지' 방식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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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개발 단계부터첨단 기술을 불신하는 한 신부가 있다. 실종된 스승을 찾기 위해 구식 로봇과 메타버스 세계에 접속한다. 인간의 깊은 욕망인 7대 죄악을 상징하는 ‘7대 악마’ 퇴마에 나선다. 종합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스타트업 디오리진이 개발 중인 오리지널 IP ‘헬그라운드’의 기초 세계관이다. 이 IP 개발엔 웹툰 회사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기업들이 협업한다.
웹툰·게임·드라마·굿즈 등
다양한 플랫폼 기업 협업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 시장의 IP 개발 공식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웹툰 영화 게임 등 개별 영역에서 한 IP가 인기를 얻으면 그 이후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많았다. 이젠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동시에 협업하는 ‘패키지 IP’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디오리진은 헬그라운드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헬그라운드 웹툰화는 드라마 ‘모범택시’ 원작자 까를로스 작가가 주도한다. 웹툰 프로덕션은 두세븐엔터테인먼트가 맡는다.헬그라운드 IP는 웹툰 외에도 게임, 영화 등 다른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쉽도록 개발된다. 정재식 디오리진 대표는 “고유한 세계관을 여러 장르로 동시에 확장시키는 게 목표”라며 “이용자에게 일관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IP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디오리진은 다양한 매체의 창작자가 IP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동창작 시스템을 구축했다. IP 창작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분석하고 최소 단위로 쪼개 여러 크리에이터가 함께 제작 과정에 투입될 수 있게 만들었다. 단계마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반복 업무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콘텐츠 제작 시스템 데우스를 활용해 효율화한다.
이전까지 IP 활용은 원작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한참 뒤에 이를 활용한 웹툰이 나오고 이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식으로 이뤄졌다. 후발 콘텐츠는 이용자들의 관심이 꺾이는 타이밍에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을 맺을 때도 예상가치를 조율하기 어려웠다.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개발 초기부터 웹툰 게임 드라마 굿즈 등 다양한 경로로 활용할 수 있는 IP가 많아졌다. 이미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선 패키지형 IP 개발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로봇 IP를 만든다면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완구, 게임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하는 식이다. 수익 배분도 미리 조율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기있는 외부 IP를 뒤늦게 사오고 해당 IP의 수명이 다하면 다른 IP를 찾아다니는 방식으론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콘텐츠 회사들과 IP를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했다.
리디는 웹소설과 웹툰 IP 활용을 위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CJ ENM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초록뱀미디어는 웹툰 플랫폼 탑툰,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와 손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기업 간의 연결을 지원하고 일종의 컨소시엄을 만들어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