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통 큰 투자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박차

고려아연이 재생에너지 공격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린 메탈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호주 종속회사인 아크에너지가 고려아연의 친환경 사업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한경ESG] ESG Now
수소산업전시회 H2 MEET 2023 고려아연 부스. '그린수소 벨류체인' 디오라마가 진열돼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고려아연이 호주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 지분 30%를 인수하고, 종속회사인 아크에너지에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투자로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 923MW 발전 용량 중 30%를 확보하게 됐다.고려아연은 지난 5월 3일 이사회를 열고 신재생에너지 부문 사업 확장을 위해 4억2300만 호주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추가로 필요한 4억2000만 호주달러는 차입금을 통해 조달한다. 조달 자금은 썬메탈 홀딩스를 거쳐 아크에너지와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에 지원한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를 통해 호주 사업 부문의 탄소배출을 대폭 감축하는 동시에 미래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의 한 축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를 포함한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 전략을 의미한다.

투자 대상인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약 170km 떨어진 퀸즐랜드주 남서부에 있다. 주요 전력 수요지와 가깝고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를 연결하는 강력한 송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력 가격이 비교적 높은 아침과 저녁 시간대 풍속이 강하다는 평가도 있다.발전소는 스페인의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기업 악시오나 에너지가 개발 중이다. 2022년 3월 착공한 발전소에는 풍력터빈 180여 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2025년 8월 본격적인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 923MW의 발전 용량을 갖춘 남반구 최대 지상 풍력발전소가 될 것이다. 고려아연은 해당 발전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호주 자회사인 썬메탈에 공급한다.

썬메탈은 확보한 재생에너지를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달성과 그린 메탈 생산에 활용한다. 그린 메탈 생산에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앞서 썬메탈은 2016년 124MW급 태양광발전 설비를 마련해 사용 전력의 25%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맥킨타이어 발전소에서 전력을 추가 조달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4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그린 메탈 생산 발판고려아연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주력하는 것은 주력 매출 품목인 아연을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다. 2050년부터 100% 녹색 아연(green zinc)을 생산하는 것을 장기 비전으로 설정했다. 맥킨타이어 투자 건은 이를 위한 포석인 셈이다. 아크에너지는 조달한 재생에너지를 그린 수소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고려아연과 호주 SMC 제련소 내에서 이를 활용해 녹색 아연을 만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연간 2만 톤의 그린 수소 생산설비를 마련하고, 그린 수소 생산량은 2030년 14만 톤으로 확대한다. 공정별 탄소배출량 저감을 통해 우선 저탄소 그린 메탈을 생산하고, 이후 그린 수소 사업이 안착하면 제품 생산 전 주기에 걸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그린 메탈을 생산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그린 메탈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4단계 로드맵을 공개했다. 주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1단계,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는 2단계, 공정 개선 및 신재생에너지 적용을 확대하는 3단계, 저탄소 및 무탄소 메탈을 생산하는 단계로 구성했다. 현재 3개 제품(아연, 은, 동)에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탄소발자국을 산출하고 있다.원료물질 채취부터 수송, 생산 등 제품 단위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정량화해 탄소발자국 인증을 취득하면 2025년 주요 그린 메탈에 대한 인증이 완료된다. 이렇게 생산된 그린 메탈은 최종 소비재의 탄소발자국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동시에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사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고, 비즈니스 전환에 필요한 상당 부분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게 됐다.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의 핵심 해외 생산 계열사인 썬메탈은 2030년 사용 전력의 85%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 RE100을 달성하기로 했다.

친환경 사업 중심에 선 아크에너지

한편 종속회사인 아크에너지는 고려아연의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전환, 비즈니스 구조 변화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2021년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 수소 사업을 위해 호주에 아크에너지를 설립했다. 2022년 아크에너지를 통해 호주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에퓨론을 인수했다.

아크에너지는 현재 호주에서 9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로부터 보우먼스 발전소에 대한 풍력발전소 개발 사업 허가를 받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위치한 리치먼드 밸리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을 개발 중인데, 리튬 인산철 배터리 기반의 ESS로 275MW 규모다. 퀸즐랜드주 타운스빌에 위치한 SunHQ 수소 허브 개발도 아크에너지가 추진하고 있다. 설비가 갖춰지면 매년 155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해 5대의 연료전지 트럭을 구동할 예정이다. 이 트럭들은 디젤 트럭을 대체해 매년 1300톤의 온실가스배출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퀸즐랜드 북부의 콜린스빌 그린에너지 허브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풍력과 태양광발전을 혼합해 최대 3000MW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는 그린 수소로 전환해 암모니아로 만든 후 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콜린스빌 프로젝트는 2032년까지 매년 100만 톤 이상의 녹색 암모니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