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불티나게 팔리더니…車 수출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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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車수출 목표 상향…984억달러→1000억달러‘가동률 100%’
전기차 캐즘 우려에도 하이브리드·내연차 성장
미래차부품산업법 전폭 지원해 수출 견인 목표
지난 24일 오전 충남 아산시에 있는 현대차 아산공장. 공장 가동률을 표시하는 모니터에 빨간 글자로 띄워진 숫자 100이 빛났다. 공장 안에선 수 천 개의 로봇이 3만여개의 부품을 쉴새없이 조립하며 53초에 1대 꼴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산되는 자동차는 하루 평균 1100여대로 연간 30만대. 완성된 차량들은 곧장 평택항 수출 전용부두에 옮겨져 선박을 통해 147개국에 수출된다.같은 날 평택항에서 만난 기아차 관계자는 “부두의 적정 야적량은 5500대이지만 오늘은 6300대가 야적돼 있을 정도로 수출이 호조세다”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평택항 수출 계획 물량은 전년에 이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 우려에도 수출목표 끌어올린 정부
2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자동차 및 부품의 수출 목표를 10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종전엔 자동차 수출 750억달러와 더불어 자동차부품 234억원을 더한 984억달러가 올해 목표였는데 이를 소폭 끌어올린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자동차가 반도체 이후로 단일 업종으론 처음으로 1000억달러 수출을 기록하는 게 된다.당초 산업계에선 올해 자동차 수출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코로나19 이후 촉발된 보복소비(펜트업 수요)가 일단락 된 데다, 자동차 수출을 이끌었던 전기차 수출이 충전 인프라 부족 및 보조금 축소로 인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가 세웠던 완성차 수출 750억달러 목표도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여겨졌다.하지만 우려와 달리 자동차 수출은 올해도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올해 1~4월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243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친환경차 수출은 22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6% 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경성 산업부 1차관은 “올해 1∼4월 자동차 수출 추이를 보니 정부와 업계가 더 노력하면 목표를 조금 더 상향조정해도 될 것 같다”며 “올해 세웠던 총 수출 7000억달러가 엄청나게 도전적인 목표였는데 반도체 수출 반등과 자동차 수출 호조로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차 정체돼도 내연차·하이브리드차 '씽씽'
이같은 수출 호조는 전기·수소차 판매가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내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 1~4월 내연차는 68만7000대가 수출돼 전년 동기(68만2000대) 대비 5000대가 더 많이 팔렸다. 올 1~4월 하이브리드차도 14만4000대 팔려 전년 동기(13만1000대) 대비 1만3000대가 더 팔렸다. 전기·수소차가 올 1~4월 10만8000 판매에 그치는 등 전년(12만1000대) 대비 1만3000대 덜 팔린 것을 상쇄한 것이다.산업부 관계자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고급화 변신에 성공해 단가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북미·유럽지역에 수출을 늘리고 있다”며 “전기차의 경우 소폭 수출이 줄었어도 하이브리드 수출이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했다”고 언급했다.정부는 오는 7월 시행되는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 등을 통해 자동차 업계를 전폭 지원, 수출 확대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연기관차 부품제조업체들을 전기차 등 미래차 부품산업으로 전환해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겠단 계획이다. 과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내연기관차 부품업체에서 전기차 부품업체로 전환, 2019년부터 테슬라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코넥이 대표적 사례다.
강 차관은 “자동차 수출 증가는 부품업체들이 같이 움직여야 달성할 수 있다”며 “정부는 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사업 재편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