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찐' 이창용호 출범…한은 임원 인사 마무리됐다 [강진규의 BOK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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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권민수 부총재보 임명박종우 한국은행 통화정책·시장 담당 부총재보가 28일 취임하면서 한은 집행간부 전원이 이창용 한은 총재가 임명한 사람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 전원이 이 총재 임기 중 임명된 위원으로 채워진 데 이어 간부 인선까지 마무리되면서 이 총재 취임 2년만에 진정한 '이창용 호'가 출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와 이 총재 임기 후반부(2024년 4~2026년 4월) 한은의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창용 사람'으로 채워져
금통위 전원, 이 총재 이후 취임
'이창용 사람'으로 채워진 한은 임원들
이날 취임한 박 신임 부총재보는 한은 안팎에서 인정하는 통화정책 전문가다. 1996년 한은에 들어온 이후 통화정책국의 전신인 정책기획국에서 조사역과 과장 시절을 보냈다. 통화정책국으로 이름이 바뀐 후 차장으로 승진했고, 정책제도연구팀장, 정책분석팀장, 정책총괄팀장 등 세 차례의 팀장 경력도 모두 통화정책국에서 지냈다. 통화정책국 부국장을 거쳐 2023년부터 금융시장국장으로 일해왔다.이 총재의 집행간부 인사는 '제한된 파격'으로 평가된다. 아주 새로운 인물을 전격 발탁하는 식의 틀을 완전히 깨는 파격 인사는 아니지만 기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박 부총재보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한은 내 최고 전문가로 평가되지만 통화정책국장 경험은 없다. 직전 이상형 부총재보를 비롯해, 박종석·허진호 전 부총재보 등이 통화정책국장 출신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17일 취임한 권민수 부총재보도 외자운용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총재보가 됐다. 이 자리는 국제국장이나 국제협력국장이 승진하던 자리였지만 외화 자금 운용과 관련된 최고 전문가인 권 부총재보가 발탁됐다. 최근 임명된 두 사람은 '젊은 한은'을 추구하는 차원의 인사라는 해석도 있다. 박 부총재보와 권 부총재보는 모두 1970년생이다. 한은 집행간부 중 1970년대생은 이 두사람뿐이다.
앞선 집행간부 인사에서도 이런 기조가 엿보였다. 이 총재가 2022년 처음으로 임명한 이종렬 부총재보는 금융결제국장에서 승진했다. 주로 금융안정국 출신이 부총재보 승진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결제국에서 대부분 경력을 보낸 이 부총재보가 발탁됐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 결제 관련 이슈가 중요하다는 점이 고려된 인사로 평가됐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채병득 부총재보는 인사경영국장 출신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경력으로는 특이한 점은 없지만 한은의 첫 상업계 고등학교 출신 부총재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3년간 조사국장을 지낸 김웅 부총재보는 '인사 문법'을 그대로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당시에는 김 부총재보를 임명하면서 1급으로 승진한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최창호 거시전망부장을 조사국장에 발탁하는 파격을 줬다. 최 국장은 올 초 인사에서 통화정책국장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파격의 주인공이 됐다. 한은의 핵심 부서인 조사국장과 통화정책국장을 모두 지낸 것은 이주열 전 한은 총재 이후 처음이다.
유상대 부총재는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부총재가 됐다. 한은 부총재가 금융통화위원을 겸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주금공 부사장이 부총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성태·이주열·박원식·윤면식·이승헌 부총재는 부총재보에서 바로 승진했고, 외부를 거쳐 온 이승일·장병화 부총재는 서울외국환중개 대표 출신이었다.
이창용 후반부 정책 어떻게 될까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도 이 총재 취임 이후 임명된 위원으로 채워졌다. 지난달 김종화 위원과 이수형 위원이 취임하면서다. 이 총재가 2022년 4월 취임한 후 7월 신성환 위원이 임명됐고, 이듬해 4월에 장용성·박춘섭 위원이 합류했다. 8월엔 유상대 부총재가, 지난 2월엔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이동한 박 위원 자리를 황건일 위원이 대체했다.금통위에 이어 집행간부까지 이 총재 취임 후 임명된 인사로 채워지면서 향후 한은의 정책 향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올 하반기 통화정책 전환(피벗)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경제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분석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새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한 대출제도 개편도 이 총재 임기 후반부 중점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의 위기시 개입할 수 있는 제도를 상시화하자는 것으로, 한은은 이 과정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BDC 연구도 이 총재가 관심을 두는 분야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을 중심으로 주요 기축통화국과 함께 진행하는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관련 부서들의 활동 반경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 안팎에선 "이 총재가 주요 인선을 마무리한만큼 임기 후반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색깔을 낼 것으로 보인다"는 예상이 많다. 약 2년간 한은이 어느때보다도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2년 간 '한은사(寺)'에서 탈피한 한은이 오는 2년은 본격적으로 '시끄러워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