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늘 변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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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오페라 역사에서 단 한 사람의 위대한 작곡가를 고른다면 단연 베르디일 것이다. 독일의 바그너가 있지만, 그는 신화⸱전설⸱영웅의 서사에만 집중했기에 이른바 ‘게르만 정신(Deutschtum)’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작품 감상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후배 푸치니는 대중적인 인기 면에서는 버금갈지 몰라도 체급 자체가 비교 불가다. 베르디가 갖는 무게와 부피에 비하면 족탈부급(足脫不及)이라 하겠다.
베르디 오페라 中 ‘여자의 마음’
여관집 아들 베르디는 어려서 가난했으나 아버지의 친구였던 후원인의 배려로 음악을 공부하고 그의 딸과 결혼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아내와 아들딸을 병으로 모두 잃는 비극을 맛본다. 20대 후반 겪은 이 사건을 그는 언제나 운명⸱가족⸱악연⸱희생⸱파멸⸱배신⸱질투⸱죽음 등의 테마에 몰두하며 선 굵은 오페라를 토해냈다.
리골레토(Rigoletto)는 방탕한 귀족인 만토바 공작의 시종이다. 곱사등이에 어릿광대. 고아로 태어났고 일찍이 사랑하는 아내도 잃었다. 마음속은 늘 불만에 차 있으며, 귀족들에게는 굽신거리나 속으로는 경멸하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사랑하는 딸, 질다(Gilda). 청초하고 순수한 질다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얄궂은 운명은 공작이 질다를 희롱하게 만들고, 순진한 질다는 이 호색한을 그만 사랑하게 된다. 리골레토는 격분해 자객을 시켜 공작을 시해하기로 마음먹는데 질다는 마땅히 죽어야 할 공작 대신 스스로 목숨을 바친다는 비극적 이야기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눈물을 흘리다가도 방긋 웃는 얼굴로 남자를 속이지/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늘 변한다네/마음 둘 곳을 모르며 언제나 들떠 있는 어리석은 여자여/달콤한 사랑의 재미도 모른 채 그저 꿈속에 살고 있지/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는 항상 변한다네”
현대 여성들이 듣기에는 불편한 여성 비하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사실 앞뒤 맥락으로 보면 바람둥이 악당의 비뚤어진 심리를 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오페라 대본을 보더라도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일고 있던 전제 군주와 귀족들의 방탕하고 타락한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린 게 명백하다. 빅토르 위고(1802~1885, 佛)의 원작이 프랑스가 배경임에도 오페라에서는 시기를 16세기, 장소를 이탈리아, 주인공을 공작(公爵)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당국의 공연 불허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