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W 2024 결산] 흔들어도 화면 그대로…내시경 혁명 준비하는 메디인테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소화기질환주간(DDW2024)에 참여한 메디인테크가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손으로 내시경을 억지로 움직여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선단부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이에 화면은 병변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않는 모습이다./ / 워싱턴DC=오현아 기자
“이렇게 내시경을 흔들어도 화면 중앙부에 병변부가 고정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전자동으로 구동되는 내시경에만 도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소화기질환주간 (DDW2024)’에서 메디인테크를 만났다. 메디인테크는 일본 업체들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소화기 내시경 시장에 뛰어든 K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세계 최초의 전동식 내시경...AI로 움직임 제어 가능

메디인테크 내시경의 핵심 부품인 전동식 모터. 모터의 힘으로 내시경을 조정함과 동시에 이부분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함께 탑재된다. / 워싱턴DC=오현아 기자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전동식 모터로 돌아가는 내시경이다. 생김새는 기존 업체들의 내시경과 다르지 않다. 다만 움직임의 방식이 다르다. 구동부의 휠을 움직이면 수동으로 내시경의 끝단이 따라 움직인다. 다만 메디인테크의 제품은 구동부를 조정하면 전기신호를 통해 움직임을 모터에 전한다. 이후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내시경의 선단부분이 구부러지는 것이다.

굳이 손으로 조정할 수 있는 걸, 왜 전동식으로 조정해야 할까.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이에 두 가지 답을 내놨다. 첫째, 의료진이 한손에 들어야 하는 구동부의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내시경의 구동부와 선단부를 연결하는 복잡한 부품은 대부분 휠쪽에 위치해있다. 이에 구동부의 무게는 약 700g까지 올라간다. 메디인테크의 제품은 이러한 부품들이 모터에 달려있다. 이에 구동부의 부게는 절반으로 줄어 의료진의 시술 부담을 줄였다.
메디인테크 관계자가 DDW2024서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가 병변부의 크기를 측정해 알려주는 모습이다.
두 번째로는 완전한 인공지능(AI) 내시경을 선보기이기 위해서다. AI소트프웨어를 이용해 내시경의 움직임까지 조정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본 메디인테크의 내시경은 AI가 자동으로 진입 방향을 잡아준다. 병변부를 발견하면 이를 화면 중앙부분에 고정해 편리한 진단과 시술을 도왔다.

앞선 영상처럼 구동부가 크게 흔들려도 AI가 내시경 끝부분의 움직임을 제어해, 화면은 크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병변을 감지하고, 대략적인 크기를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이 대표는 기존의 수동으로 움직이는 내시경을 ‘내연기관차’, 전자동 내시경을 ‘전기차’에 비유했다. 그는 “전기신호로 차량을 움직이는 전기차는 자율주행 면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유리하다”며 “이처럼 전자동 내시경만이 움직임까지 AI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특히 비숙련의들이 의료사고를 내지 않게 도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장에서도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손기술이 부족한 서양 의사들이 ‘편리할 것 같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인 목표는 내시경 시술의 자동화”라며 “메디인테크는 내시경의 패러다임 쉬프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4분기부터 본격적 판매...내년 1분기엔 美 허가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왼쪽)과 김명준 사업총괄. / 워싱턴DC=오현아 기자
메디인테크의 제품은 지난해 8월 국내에서 2등급 내시경 의료기기로서 인허가를 받았다. 2등급 의료기기는 별도의 임상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의사들의 구매를 이끌기 위해서는 임상자료가 필수적이다. 이에 올해부터 서울대병원과 함께 200명 규모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100여명의 결과를 먼저 정리해서 중간결과를 오픈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올해 4분기부터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주 판매처는 건강검진센터 등 1,2차 병원이다. 이 대표는 “내시경도 소모품이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교체가 필요하다”며 “현재 일본 제품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될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 쉬운 애프터서비스(AS) 정책도 판매 전략이다. 이 대표는 “기존의 해외 제품들은 AS정책이 까다로워 병원에서 대부분 유상수리를 받거나 사설 수리업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몇 년간 무상으로 제품을 교체해주는 등, 편리성을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도 준비 중이다. 현재 메디인테크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의 진출을 준비 중이다. 또한 동등성 제도(510k)를 이용해 내년 1분기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을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남미 의료진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남미 진출에 대해서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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