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리·브라질 폭염…밀·오렌지 가격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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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 다시 들썩이상기후로 인한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남미 등 주요 작물 생산 지역에서 가뭄, 폭우, 서리 등으로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밀, 커피, 코코아, 올리브 등의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며 글로벌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밀 주산지 러시아 수확량 줄어
브라질 오렌지 생산량 36년 최저
커피·코코아·올리브 산지도 직격탄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3대 작물 중 하나로 꼽히는 밀의 피해가 두드러진다. 이달 초 러시아 남부에 서리가 내려 파종된 밀 재배 면적의 1%가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농업시장연구소(IKAR)는 올해 파종해 내년 거둬들이는 밀 수확량을 기존 대비 3% 하향 조정한 8350만t으로 예상했다.
영국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아거스미디어 분석가는 “5월 초 서리가 내린 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강수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이달 초 히우그란지두술주에 발생한 대규모의 홍수로 밀과 대두, 옥수수 등 재배 시설이 피해를 봤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 브라질 밀 생산량이 올해보다 4%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물 미국 소맥 선물은 부셸당 6.97달러에 거래됐다. 올 들어서만 11% 상승했다.
올리브유 역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4월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1년 전보다 44.7% 상승했다. 전 세계 올리브유의 절반 가까이를 공급하는 스페인이 최근 2년간 최악의 가뭄에 시달려 올리브 나무가 말라비틀어졌기 때문이다.커피, 주스 등 가공 음료 원재료도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는 주산지인 베트남의 불규칙한 날씨와 건조해진 토양으로 인해 작년부터 작황이 나빠졌다. 로부스타 커피 선물 가격은 올해만 39.6% 뛰었다. 코코아 선물은 지난 한 주간 12% 상승했다. 오렌지주스 원액 선물 가격은 24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파운드당 4.76달러에 마감하며 연초 대비 50% 가까이 폭등했다. 오렌지 최대 산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주와 미국 플로리다주가 가뭄, 황룡병 등에 시달리며 오렌지 생산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오렌지 생산자 단체 푼데시트루스는 올해 브라질의 오렌지 수확량이 전년 대비 24% 감소해 3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폴 블록섬 HSBC홀딩스 글로벌 상품 수석연구원은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우려로 농산물 가격이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