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中 FTA 협상 속도…"EU·북미 이어 '빅3 경제블록' 될 것"

5년 만에 '3국 공동선언'…무역·투자 활성화 공감대

"RCEP보다 개방 수준 높아야"
수출통제 등 공급망 안전판 논의
尹대통령이 3국 FTA 협상 주도

경제인 240여명과 비즈니스서밋
"신뢰할 수 있는 기업 환경 조성
FTA 재개로 경협 활성화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첫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세 나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 협력 방안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4년5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 한국과 일본, 중국 정상이 회의에서 가장 집중한 주제는 무역과 투자 활성화였다. 북핵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만큼 3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경제 협력 증진 방안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논의했다. 정상회의 이후 채택한 공동성명에 “FTA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이 FTA 관련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이후 열린 비즈니스서밋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역내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일·중 FTA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 경제 협력 기반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도 공개적으로 FTA 협상 재개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기시다 총리는 “(향후) 높은 수준의 규범을 포함하는 미래지향적 3국 FTA와 관해 진솔하게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도 “경제 및 무역의 폭발적 연결을 심화하고, 역내 산업망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3국 FTA 협상 체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중 FTA는 2012년 협상을 시작했지만 3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이후에는 아예 논의가 중단됐다. 3국이 서로 무역장벽을 낮추는 FTA를 맺으면 유럽연합(EU) FTA 및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함께 글로벌 빅3 경제 블록이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날 3국 당국자는 한·일·중 FTA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 개방 수준이 더 높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RCEP은 한국과 중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호주, 뉴질랜드 등이 가입한 FTA다. 정부 관계자는 “3국 정상이 공동선언문에 FTA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공개 발언에서 모두 언급할 정도로 협상 관련 논의 필요성에 공감한 상황”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협상 재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3국 정상은 이미 체결된 협정인 RCEP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의논했다. 정상들은 “RCEP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 협력을 재확인하면서 신규 회원의 RCEP 가입 절차 논의를 가속화할 것을 독려한다”는 문구를 공동선언에 포함했다.

공급망 분야 협력도 이날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3국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시장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공급망 교란을 피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3국은 수출통제 관련 소통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 갈등,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등 같은 공급망 논란이 재발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구체적인 협의체 구성 등은 합의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3국 기업의 상호 투자를 늘리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즈니스서밋에 참여한 3국 기업인 200여 명에게 “기업의 투자는 3국 관계의 안전판”이라며 “외국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3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3국 정상은 탄소중립 과제와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 분야에도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정상회의 정례화에도 합의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을 통해 “정상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3국 협력을 제도화하고자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