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릉 첫번째 '파묘'는 신덕왕후에 대한 이방원의 복수 [서평]

서울의 자서전
신병주 지음
글항아리
360쪽 / 2만2000원
태종 이방원은 조선의 첫 세자로 자신의 아들 이방석을 책봉한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에게 큰 반감을 품고 있었다. 태종은 왕위에 오른 뒤 현재의 덕수궁 근처에 조성돼 있던 신덕왕후의 묘 정릉을 경기 양주(현 서울 성북구 정릉동)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파묘’가 이뤄진 조선의 첫 왕릉이었다.

여기에다 흙으로 만든 광통교가 소실되자 정릉 무덤에 있던 돌을 가져와 다리를 건설하게 했다. 현재 청계천의 광통교 자리에선 오래된 석축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600여 년 전 태종과 신덕왕후의 악연을 짐작할 수 있다. 서울에는 이처럼 조선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간이 곳곳에 남아 있다. 역사학자인 신영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이 중 51가지 테마를 정해 관련 문화재에 관한 이야기를 <서울의 자서전>에 담았다.
저자는 ‘자서전’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에 대해 “서울이 조선의 수도가 된 이후 지금까지 역사의 현장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력을 계속 써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연려실기술> 등의 사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펼쳐나감으로써 역사적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책은 조선을 상징하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궁궐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조선 건국 후 한양으로의 천도, 궁궐의 이름을 짓는 과정, 그 속에서 벌어지는 난(亂)과 암투 등 당시의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 장소와 인물을 샅샅이 훑는다. 이후 전쟁 및 내란과 관련한 곳들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조선 왕조에서 벌어진 전투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절 슬픔과 애환이 담긴 공간을 조명한다.

서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강, 서촌은 물론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청권사, 침류대, 감고당 등에 숨은 이야기도 소개하며 함께 탐험하는 듯한 경험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느 역사서와 비슷한 형식의 책이지만 시공간을 넘나들며 조선의 600년 역사를 풀어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시간은 어떻게 공간이 되고, 공간은 어떻게 역사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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