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마셜플랜? "'과잉생산' 中, 개도국 친환경지원 강화해야"

"中, 리더십·영향력 확대에 과잉생산도 일부 해결"…또 다른 '부채 함정' 지적도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친환경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의 황이핑 위원은 항저우에서 칭화대 주최로 열린 글로벌 금융 포럼에서 "중국은 미국의 마셜 정책을 배워야 한다"면서 이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황 위원은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모든 국가는 산업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녹색 전환을 해야 하는데 개도국 사정은 여의찮다"며 "이런 개도국으로선 대외 원조를 받아 좋고 이를 통해 중국은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어 좋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개도국에 '친환경화 대외원조'로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가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큰 도움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자동차·리튬배터리·태양광 패널 등의 과잉 생산이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부각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반(反)보조금 조사와 함께 높은 수준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당국이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4일 전기차 25%→100%(연내),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7.5%→25%(연내), 배터리 부품 7.5% → 25%(연내)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EU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풍력터빈·전동차·의료기기·주석도금 강판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도 개도국 친환경화 대외 원조에 눈을 돌려왔다.

황 위원은 "미국과 유럽에선 전기자동차·리튬배터리·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저항이 있지만 개도국에선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짚었다.

SCMP는 작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를 인용해 개도국은 연간 1조7천억달러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2022년의 경우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5천440억달러에 불과해 큰 격차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필요에 따라 중국이 개도국의 친환경화 대외원조에 나서는 건 제2차대전 후 폐허가 된 서유럽 동맹국들의 재건과 경제적 번영을 위한 대외원조 계획인 미국의 마셜 플랜과 유사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황 위원 주장이다.

실제 중국은 작년부터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친환경화 대외원조를 가속해왔다.

호주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와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가 공동으로 발간한 '2023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투자보고서'를 보면 대(對)아프리카 투자액이 217억달러로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중국은 글로벌 녹색 전환에 따른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산업과 연관된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중국 기업들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 채굴에만 주력함으로써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서방은 중국의 이런 시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중국이 10년 넘게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해오면서 수많은 개도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렸다면서, 개도국을 겨냥한 친환경화 대외원조 역시 그와 유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