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 국산화

기업탐방 - 바이탈스
전기수 바이탈스 대표가 충남대병원에 설치된 멸균분쇄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바이탈스 제공
전기수 바이탈스 대표가 충남대병원에 설치된 멸균분쇄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바이탈스 제공
환경부 올바로시스템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20년 19만5351t에서 2021년 21만7915t으로 11.6% 증가했다. 처리 비용(3년 단위 집계)은 2019년 1t 기준 100만4000원에서 2022년 139만7000원으로 39.1% 급증했다. 2021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운송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의료폐기물은 대부분 소각시설에서 처리하는데 이미 포화 상태다. 전국에 처리할 수 있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은 13곳에 불과하다.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병원이 직접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멸균분쇄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이 외국산에 의존하던 멸균분쇄시설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대전의 바이오 장비 제조기업인 바이탈스(대표 전기수)는 병원에서 배출한 의료폐기물을 고온·고압·증기 시스템으로 완전 멸균 처리해 일반폐기물로 전환할 수 있는 멸균분쇄장비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이 장비는 고온의 증기를 의료폐기물 내부 깊숙이 침투시켜 잘게 분쇄한 뒤 증기에 압력을 가해 내부 온도를 140도까지 높여 멸균시킨다. 프로펠러형 구조를 도입해 100㎏의 폐기물을 15분 안에 분쇄할 수 있다. 챔버 내부의 온도를 빠른 시간에 높이고, 구석까지 원활한 열원 공급을 위해 다중노즐 스팀 시스템을 장착했다. 또 정형화된 모델의 외국산 제품과 달리 공간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제작할 수 있다.

이 회사는 4건의 의료폐기물 처리장치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해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NeT)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충남대병원에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해 환경부의 사용승인을 받았다. 병원 측은 올해부터 의료폐기물을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장을 보내지 않고 시설을 활용해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시설을 활용할 경우 1000병상 기준으로 연간 4억원 정도의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기수 대표는 “해외의 경우 의료폐기물을 43%만 소각하고 57%를 비소각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병원이 자체적으로 비소각 처리할 경우 환경오염을 줄이고, 탄소 저감과 ESG 경영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