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의 수단이 아닌 예술의 장르 … 한국-오스트리아 장신구 675점의 서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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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한국-오스트리아 장신구 교류전
'장식 너머 발언' 7월 28일까지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장신구를 예술 그 자체로 조명하는 전시가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오스트리아 장신구 교류전 ‘장식 너머 발언’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서울시와 오스트리아가 손잡고 기획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열린 주얼리 전시를 한국 장신구 예술과 함께 조명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1892년 양국이 수교를 맺은 이래 사상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장신구 교류전이기도 하다. 이 전시를 위해 모인 작가의 수만 111명, 작품 수는 675여 점에 이른다. 오스트리아에서는 57명의 작가가 작품을 들고 서울을 찾았다.
당시 오스트리아 1세대 현대 장신구 작가들은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적· 정치적 발언을 장신구에 직접적으로 담으며 활동했다. 단순 장신구로서만 머무는 것을 넘어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그 범위를 넓혀갔다. 조각이나 퍼포먼스 작가들과도 함께하며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한 것이다.
소재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금속에 플라스틱을 처음으로 결합하며 오스트리아 작가들은 당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종이와 직물 등 여러 소재를 차용했다.
바로 옆 2부 ‘현대장신구의 오늘’로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2000년대 이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현대장신구 작품들을 선보인다. 2부는 신체, 자연, 서사 등 세 가지 소주제로 작품을 나눠 전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오스트리아는 대학을 넘어 개별 장신구 스튜디오가 떠오르던 시기였다. 한국 또한 금속공예의 테두리를 벗어나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를 탐구하던 시기다. 같은 시기 두 국가가 보여준 장신구 양식의 변화를 탐구해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착용자 대신 인간과 사회 메시지에 주목했다. 페미니즘에서 시작해서 젠더에 관한 이슈를 주얼리로 표현했다. ‘미(美)’라는 기존의 관념과 개념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떨어진 허벅지 사이를 금속 장신구로 메우거나 아랫배가 튀어나온 모습을 만들어주는 장신구를 만드는 등의 시도를 하며 사회에서 다루는 아름다움, 날씬함의 기준을 비꼰다.
다음 소주제인 자연에서는 양국 작가들이 자연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해석했는가를 비교한다. 쌀을 연결해 붙여 장신구를 만든 공새롬의 작품과 산업용 소재 벨크로의 유연성과 자연의 유기성이 닮았다는 모티브로 작업을 펼치는 김용주의 작업이 소개된다. 오스트리아 베네딕트 피셔가 내놓은 하얀 장식 시리즈는 하얀 진주가 인간과 자연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세 번째 소주제로 다룬 서사성은 인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가 된 장신구에 주목했다. 전통적 장신구는 권위나 이름다움을 상징하지만 현대에서는 그 자체로 작품과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주얼리를 착용하는 행위를 통해 감정이나 상태를 전달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서사를 전한다는 데 주목했다. 나무를 사용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삶을 표현한 주얼리,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담은 장신구 등 인간의 감성을 전달하고 녹여내는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오스트리아는 이 섹션에서 보다 실험적 작업을 시도한 작가들을 조명한다. 이브닝 백, 화려한 지갑 등을 해체하고 장신구로 다시 만드는 페트라 침머만의 작업을 통해서는 소비지향적인 사회에 메시지 전한다.
이번 전시는 오스트리아 대사 부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2020년 여름 한국을 찾아 우연히 압구정의 한 갤러리를 방문했다. 마침 한국의 주얼리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이들은 그곳에서 한국 장신구의 예술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 곧장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주얼리 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서울에 제안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이번 교류전을 위해 재정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개막일 전시장을 찾은 오스트리아 기획자들은 “이번 서울 전시를 통해 양국의 주얼리 예술이 대화하는 기회가 되었음 좋겠다”며 “대화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예술세계가 창출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