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아끼는데 이것만한 게 없어요"…MZ 직장인들 '우르르'

"값도 싼데 한달 4번 먹으면 할인까지"…'편도' 몰리는 이유
치솟는 먹거리 물가 상승에 각종 '편의점 구독' 서비스 인기
점심시간에 서울 청계천을 찾은 직장인 및 시민들이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윤모 씨는 요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매일 같이 밥을 사 먹으려면 보통 1만원이 넘어 부담이 만만찮아서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는 것인데, 최근에는 아예 '구독'까지 하고 있다. 일정 구독료를 내면 할인받을 수 있어 어렵잖게 구독료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씨는 "매일 출근해 밥 사 먹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물가가 올라 편의점 구독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가처분소득 증가율(1.4%)을 훌쩍 앞섰다. 햄버거(6.4%) 김밥(6%) 떡볶이(5.7%), 치킨(5.2%) 같이 즐겨먹던 외식 메뉴들 상승률이 높아 외식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런치플레이션(런치+플레이션)'에 한 푼이라도 먹거리 비용을 아끼려는 편의점 정기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매달 구독료를 내야 하지만 비교적 적은 이용에도 할인 규모가 큰 편이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반응. 특히 MZ(밀레니얼+Z)세대의 이용률이 높다.
편의점 도시락 구독 할인 영수증. 사진=신용현 기자
일례로 편의점 GS25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뒤 도시락을 구매하면 5300원짜리 도시락을 20% 구독 할인(1060원)받아 4240원에 살 수 있다. 구독 상품은 월 3990원짜리로 이 상품을 4번 이상 구매하면 할인액이 구독료를 넘어선다. 일 최대 이용은 5회, 월 최대 15개로 제한돼 5300원 도시락 기준 최대 이용시 1만5900원을 할인받아 구독료를 빼고 1만1910원 절약할 수 있다.편의점 CU 구독료는 4000원으로, 5500원짜리 도시락을 20% 할인(1100원)받으면 44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역시 4회 이상 구매할 때 구독료보다 할인액이 더 크다.
사진=편의점 앱별 구독 서비스 페이지.
편의점마다 할인율과 구독 상품은 조금씩 다르게 구성돼 있지만 도시락, 삼각김밥 등 간편식사류와 커피 구독이 인기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4월 편의점 CU의 구독 쿠폰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7.3% 늘었다. 연간으로는 2022년 119%, 지난해 143%로 매년 세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상품군별로는 김밥(22.5%) 비중이 가장 컸고 도시락(20.6%), 삼각김밥(18.3%), 조리면(15.2%), 햄버거(13.6%) 등 식사류 구독이 많았다.연령별로는 MZ세대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 중 20~40대가 90%를 넘었다.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의 구독 서비스 이용 건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이날(28일)까지 전년 대비 250% 늘었다"고 밝혔다. GS편의점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년 동기 대비 구독 서비스 이용 건수는 36.1% 늘었다. 커피 구독은 59.1%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이마트24의 구독 이용률은 22% 증가했다.

한 편의점에서 여러 개의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도 늘고 있다. CU에 따르면 1~4월 3명 중 1명꼴(33%)로 2개 이상 구독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편의점 업계가 구독료 이상의 혜택을 내걸고 고객을 모으는 것은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독 상품 이용을 위해 가입한 편의점을 방문하게 되고, 도시락과 함께 마실 음료나 컵라면 등 추가 구매로 이어지는 전후방 효과도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 인기에 대해 "고물가로 인한 '알뜰 소비'를 위해 편의점을 주 소비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고객층이 많이 찾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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