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MD와 '3나노 협력'…TSMC 추격 시동 건다
입력
수정
지면A13
파운드리 업계 새판 짜나삼성전자와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AMD의 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동 개발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주고받던 기존 관계를 뛰어넘어 AMD가 삼성의 최첨단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에서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형 고객사인 미국 AMD
삼성전자에도 물량 맡길 듯
"저전력 AI칩 만들 적임자"
GPU·HBM '턴키 서비스'까지
두 기업 협업 확대될 가능성도
여러 칩을 조합해 저전력·고성능 반도체 패키지를 개발하는 게 중요해진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설계에 강점이 있는 AMD와 제조 노하우를 갖춘 삼성이 힘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아이멕테크놀로지포럼(ITF) 월드 2024’ 연설을 통해 3㎚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통한 차세대 칩 양산 계획을 공개했다.
GAA는 반도체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의 누설 전류를 줄여 칩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GAA 기술을 활용해 3㎚ 공정에서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AMD가 삼성전자와의 3㎚ 파운드리 협업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AMD가 삼성전자를 3㎚ 파운드리 협력사로 낙점한 건 저전력 칩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AI 서버에 ‘전기 먹는 하마’란 별명이 붙은 배경엔 연산하는 데 많은 전력을 쓰는 반도체가 있다. AI 반도체를 설계해 서버 업체에 공급하는 AMD에는 반도체의 전력 소모를 낮추는 게 숙제다.
GAA는 누설 전류를 줄이는 기술이다. GAA 공정을 통해 양산된 칩은 일반 칩 대비 전력 효율성이 20~30%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 CEO는 이날 연설에서 “3㎚ GAA 공정은 반도체를 보다 전력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TSMC의 3㎚ 공정이 애플, 퀄컴 등의 칩을 만드느라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인 것도 삼성과의 협업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AMD와의 3㎚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두 회사의 협업이 GPU·HBM ‘턴키 서비스’로 확장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AMD의 최첨단 GPU를 양산하고 HBM을 공급한 뒤 두 반도체를 연결하는 ‘최첨단 패키징’까지 책임진다는 얘기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AMD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다른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며 “TSMC 추격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