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동훈 "청년 정치인, 낙선하면 사무실도 못내"…지구당 힘 실었다

총선 출마자들 만나 제도 개선 필요성 언급
사진=한경DB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당 하부조직으로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현장 중심 정치를 부활시키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총선 출마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구당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당협위원회 체제 대신 중앙 정당 하부조직으로 지역 조직인 지구당을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낙선하면 지역구에 사무실도 못 내니 정치 신인들은 정치를 계속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평상시 시민을 위한 현장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계감사 등 기능을 강화해 부작용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한 전 위원장의 이같은 주장은 현행 당협 체제가 기득권 중심의 정치를 강화해 여당의 수도권 열세를 고착화시키는 제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참여자들에게 "제가 지구당 폐지의 계기가 된 '차 떼기 사건' 수사를 해서 과거의 문제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시대가 바뀐 만큼 제도를 다시 검토해 볼 때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차떼기 사건'은 당시 한나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대규모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했던 사건이다. 한 전 위원장은 당시 불법대선자금 수사팀 검사로 직접 이 사건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신세가 됐고, 불법 정치 자금 수수 등을 막기 위해 마련한 2004년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당의 지역조직이었던 지구당 체제는 폐지됐다. 이 법에 따라 도입된 당협위원회는 지구당과 달리 공식적인 정당 조직이 아니다. 이때문에 지역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유급 직원을 고용할 수 없다. 또 자체적으로 현수막을 걸 수 없고, 정치 후원금도 선거 기간에만 모금할 수 있다. 여권의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강화를 위해 한 전 위원장이 지구당 부활을 꺼내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구당에서 선거 이외 기간에도 정치 후원금을 받을 수 있어 좀 더 활발한 지역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정치 신인이나 청년·원외 정치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외 인사들의 상시 정치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어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원외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세를 모으고 합법적 선거운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로서는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