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바다 곳곳에 이상기후 '후폭풍'…물가 당국 '진땀'

지난해 한국 해역 표층수온 가장 높아
지난 겨울 기온 '역대 2위'…강수일수 가장 많아
보름달물해파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이상기후가 몰고 온 후폭풍으로 물가 당국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높게 형성되자 바다엔 해파리 떼가 출몰하고, 겨울철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세균이 죽지않아 땅에선 과수화상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전날 남해안 해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단계 특보를 발령했다. 주의 단계 특보는 보름달물해파리 성체가 100㎡당 5마리 이상 서식할 때 발령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안 전체해역에서 내만을 중심으로 100㎡당 500여마리까지 어린 개체와 성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보름달물해파리는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해파리로, 독성은 약하지만, 어민들이 사용하는 그물에 달라붙어 조업을 방해해 문제가 된다. 어민들이 그물에 걸린 해파리를 일일이 떼는 과정에서 쏘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해수부는 연안해역 수온도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해파리 성장도 더욱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연평균 19.8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기온이 상승하고 대마난류의 수송량도 늘어나면서 서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유입된 영향이다. 해수부는 경남 고성과 거제 해역, 전남 여수~강진 해역, 심지어 전북 해역에서도 해파리가 꾸준히 출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수화상병에 걸린 과일 나무들. 농촌진흥청 제공
농식품부는 과수화상병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과수계의 에이즈’라 불리는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감염된 사과나 배나무의 잎·줄기·꽃·열매 등이 불에 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증세를 보이다가 말라 죽는 병이다. 과수화상병은 지난 13일 충북 충주의 사과 과수원에서 올해 처음 발생한 뒤로 이날까지 도내에서만 5개 시군, 36곳 과수원으로 확대됐다. 피해 면적은 작년 같은 기간의 세 배를 넘어선 상태다. 과수화상병에 걸린 나무 비율이 10%를 넘기면 과수원 전체를 폐원해야 한다.겨울철 따듯하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올봄에 증식하는 과수화상병 세균도 더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겨울철 기후 특성’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2.4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강수일수도 31.1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