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해적까지' 세계 해운 혼란 가중…성수기 악화 우려

홍해, 파나마 운하 등 항로 차질…해양 무역 네트워크 강제 조정
해운 운임 상승…"성탄절 성수기인 늦여름·가을에 문제 커질 수도"
중동지역 정세 불안, 가뭄, 해적 등으로 인해 세계 해운 운송이 혼란에 빠졌으며, 늦여름·가을 성수기가 다가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해, 파나마 운하 등 기존 항로 이용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세계 해양 무역 네트워크가 강제로 조정되고 있다.

해운사들은 지난해 말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공격하자 대거 항로를 바꿨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이후에 홍해 입구 아덴만에 도착하는 컨테이너 선박량은 작년 동기 대비 90% 줄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이 홍해를 지나지 않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주변을 돌아오려면 기간이 9∼14일 늘어난다.

그 여파로 스페인 최남단 알헤시라스와 지브롤터 해협 건너편에 있는 모로코 탕헤르의 항구에 갑자기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선박들이 이곳에 들러서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등을 오가는 화물을 옮겨 싣기 때문이다. 알헤시라스 항구 터미널의 관계자는 올해 화물 처리 요청이 너무 많아서 수용할 수 있는 물량 이상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선 소말리아 해적 공격이 증가했다.

지난달엔 이란 혁명수비대가 걸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는 MSC 아리에스 선박을 나포했다. 이란군이 이곳에서 다른 선박들도 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타격을 받았다.

수량이 줄어들자 파나마 운하 당국이 하루 선박 통과 횟수를 줄이고 선박의 깊이에 제한을 설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항구에는 과잉 생산돼 밀려온 중국산 전기차가 가득 쌓여있다.

세계적 화물선과 유조선 운영 업체인 덴마크 노르덴의 얀 린드보 최고경영자(CEO)는 "30년간 이렇게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는 건 본 적이 없다"며 "블랙 스완(아무도 예측 못한 이례적 사건) 사건 같다"고 말했다.

'블랙스완'은 2000년에 발생한 '닷컴 붕괴'처럼 예측하지 못했지만 금융시장을 뒤흔든 희귀한 사건을 일컫는다.

해상 운송 병목 현상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펼쳐지고 있다.

일부는 홍해를 지나지 않으려고 두바이에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육상으로 운송하기도 한다.

파나마 운하에선 선박의 수면 아랫부분 깊이 제한을 맞추기 위해 컨테이너를 내려서 기차로 옮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컨테이너 운송 정보 서비스인 세네타에 따르면 5월 16일 아시아와 미국 동부 해안간 현물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에 5천584달러였는데 이는 작년 2천434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아시아 북유럽 노선 간 40피트 컨테이너 요금은 4천343달러로 작년 1천456달러의 3배가 됐다.

영국의 해양 컨설팅 회사 MSI의 이사 대니얼 리처즈는 운임 상승보다 시간 지연으로 인해 더 큰 경제적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당시 수준의 물류 대란은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들 그때 경험을 토대로 대비도 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MSI 리처즈 이사는 "코로나19 수준의 혼란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부담이 증폭될 것이란 의견이 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아시아-유럽 네트워크 전반에서 항구 혼잡이 심화되면서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처즈 이사는 "홍해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크리스마스 전 성수기인 북반구의 늦여름과 가을이 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화물 운송업체 쿠네 + 나겔 인터내셔널의 해상 물류 부사장 마이클 알드웰도 "특히 금리가 하락하고 생활비 압박이 완화되면서 유럽 소비자 수요가 살아난다면 특히 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