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 환기구 설치 안돼"…GTX-B 공사 전부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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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중랑·성동구 등 주민 반발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들어설 예정인 서울 강북권 자치구들이 GTX 기반 시설 설치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변전소와 환기구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자치구들은 연일 사업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기반시설 위치 놓고 국토부 골머리
동대문구는 다음달 GTX-B 노선 주민설명회 개최를 검토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지난 21일 열기로 한 설명회가 현장 음향 문제로 무산돼 다시 날짜를 잡고 있다. 구는 설명회에서 지금까지 국토부와의 협의 내용을 알리고, 추진 계획을 설명할 계획이다.당초 GTX-B노선 16번 환기구는 성동구 꽃재공원에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성동구민의 반발로 지난해 말 동대문구 용두공원으로 위치가 변경됐다.
국토부와 시행사 측은 오는 6월 설계용역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동대문구와 구민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문홍식 GTX환기구설치반대운동본부장은 “환기구로 인해 주민들이 미세먼지와 발암물질인 라돈을 흡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환경자원센터나 각종 혐오시설이 있는 동네에 또 다른 혐오시설이 생기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정부 등과 협의해 환기구 설치를 백지화하겠다”는 방침이다.바로 옆 자치구인 중랑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GTX-B노선 상봉역 2번 환기구 도입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작년 9월 공개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설치 위치는 대로변(망우로 319 일원)이었는데 이후 주민 공람 없이 상봉동 우정아파트 15m 앞으로 바뀌었다. 우정아파트에는 375가구가 살고 있다. 특히 환기구를 설치하려면 지름 18m의 수직구를 뚫어야 하는데 주민들은 공사로 인해 21년 된 노후 아파트 지반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성하 상봉환기구반대위원장은 “국가철도공단 측이 사유지를 매입하면 돈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에서 아파트 앞 도로와 철도 부지에 설치하기로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안다”며 “소음, 균열, 폭파 문제가 예상되고 수년 동안 집 앞 도로를 쓰지 못해 불편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지난달 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만나 환기구 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민을 설득한 뒤 공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환경영향 저감대책을 마련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