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맞선 주선·간병인 지원…'금융집사'에 꽂힌 슈퍼리치

은행 패밀리오피스에 뭉칫돈
100억 조건에도 문전성시

부동산 등 프라이빗 세미나 열고
투자·절세·기업승계 '토털 컨설팅'
인기 전시·스포츠 관람혜택은 덤

하나銀 관리자금 2조 '1년새 6배'
신한·국민도 VVIP 모시기 경쟁
최근 기업을 매각한 A대표는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로 옮겼다. 자산 관리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 자문, 자녀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 교육 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아서다. 중견기업 B회장은 자녀들을 비롯해 가족 각자 명의로 수백억원을 출자한 자산관리 법인을 세웠다.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자산을 관리하면 절세는 물론 상속, 증여 등 평소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중은행에서 패밀리오피스 고객에게 제공하는 최신 기술 관련 프라이빗 세미나에 참석하며 인맥도 넓히고 있다.

100억원 가입 조건에도 문전성시

‘VVIP’로 불리는 슈퍼리치들이 고액 자산가의 ‘금융 집사’로 불리는 은행권 패밀리오피스에 뭉칫돈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이란 높은 가입 문턱에도 집안 전체의 자산 관리부터 자녀 교육, 문화생활까지 책임지는 패밀리오피스를 찾는 고액 자산가가 급증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에서 관리하는 자금이 올 들어 1조2000억원가량 불어나며 2조원을 넘어섰다.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2022년 당시엔 관리 자금이 33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여타 금융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패밀리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 배분, 상속·증여, 세금 문제 등을 전담하는 업체를 의미한다. 자신과 가족들의 자산을 관리하려는 이들이 시중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로펌 등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특히 최근 들어 투자와 절세 등 이른바 ‘토털 컨설팅’을 원하는 초고액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은행권 패밀리오피스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미국 유럽 등에서 자산가들이 개인 자산 관리 회사를 설립한 것에서 시작됐다. 업계에선 19세기 로스차일드 가문이 막대한 재산을 집사(대리인)에게 맡긴 것을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치열해지는 초호화 경쟁

국내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투자, 절세, 상속·증여 등 기본적인 자산 관리뿐 아니라 인수합병(M&A) 자문, 기업공개(IPO) 컨설팅, 기업 승계까지 서비스 폭을 넓혔다. 고액 자산가의 자녀들을 위한 금융 교육부터 인적 네트워크 주선, 결혼을 위한 배우자 소개 등도 해준다.상속 절차를 은행에 맡기는 유언대용신탁, 사후(死後) 원하는 곳에 대신 기부 절차를 진행하는 기부 신탁 등도 슈퍼리치들이 주로 활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김태희 하나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장은 “금융 관련 서비스 외에도 유명 전시 공연 투어나 해외 인기 스포츠 관람, 프라이빗 공간 대여 역시 패밀리오피스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며 “최근에는 고객이 지인들과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세미나까지 선택지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커지면서 은행 간 ‘초호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9월 업계 최초로 서울 삼성동에 패밀리오피스 고객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소수 정예 멤버십을 통해 부동산이나 미술품, 귀금속 관련 세미나를 매달 열고 있다. 국민은행은 종합자산관리센터인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에 850여 개의 최신식 대여금고를 갖추고 슈퍼리치를 끌어들이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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