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카 브레인 모셨다…고성능 럭셔리카 '액셀'

글로벌 자동차 인재 확보 사활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 전격 영입
대형 프로젝트 이끈 25년 베테랑
포르쉐 첫 전기차 타이칸 개발도

각사 러브콜에도 현대차 합류
R&D본부 '성능개발담당' 맡아

애플카 중단되자 현대차 "기회"
이탈하는 인력 10명 이상 흡수
현대자동차그룹이 ‘애플카’ 프로젝트를 담당한 핵심 인물을 제네시스 연구개발(R&D) 책임자로 영입했다. 애플이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포기하자 발 빠르게 ‘빅테크가 검증한 R&D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애플카 개발에 참여한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 제네시스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성능 차량 개발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포르쉐·애플 거친 전문가 영입

현대차그룹은 28일 현대차·기아 R&D본부 산하에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을 신설하고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51)을 책임자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배스대(기계공학)와 독일 어플라이드사이언스대(자동차공학 석사)를 나온 하러 부사장은 25년간 아우디, BMW, 포르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수행한 베테랑 R&D 인력이다. 포르쉐에선 섀시 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개발을 담당했고, 폭스바겐에선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 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애플 자동차 디자인 공학 파트에서 시니어 디렉터로 일했다. 섀시 개발부터 전자장치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 총괄까지 두루 경험했다.

현대차그룹은 “럭셔리 고성능 차량 개발 실력을 끌어올리고 전동화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적임자를 영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검증한 R&D 인력을 붙잡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며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글로벌 빅3’로 높아져 하러 부사장 같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러 부사장은 몇몇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현대차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하러 부사장은 현대차 ‘N’으로 대표되는 고성능 차량 개발과 제네시스의 고성능 버전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인 ‘M’ 개발을 담당하다 2015년 현대차에 합류한 알버트 비어만 고문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 2월 미국 뉴욕에서 선보인 제네시스 고성능 버전 ‘마그마’ 양산 프로젝트를 맡는 동시에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전환 작업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러 부사장은 2007~2021년 포르쉐 재직 당시 카이엔, 박스터 등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포르쉐의 첫 전기차 브랜드인 타이칸 개발을 주도했다.

애플 연구원들 영입 중

현대차그룹은 애플카 연구원을 비롯한 글로벌 R&D 인력 스카우트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애플카 프로젝트에 몸담은 R&D 인력 1000여 명 중 소프트웨어 담당은 애플의 인공지능(AI) 부서로 옮겼고, 차체 등 하드웨어를 개발하던 연구원들은 미국 리비안 등으로 이직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중 하드웨어를 담당한 인력을 10명 이상 추가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러 부사장은 “혁신을 거듭하는 현대차그룹과 미래를 함께하기 위해 입사를 결정했다”며 “그동안 여러 브랜드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현대차의 기술 혁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현대차는 애플 연구원들을 영입하는 대로 경기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 등으로 보내 고성능 차량 및 자율주행 개발 업무를 맡길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성능 럭셔리 차량과 자율주행 차량 개발은 현대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미래 목표 중 하나”라며 “애플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R&D 인재 확보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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