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라" 다짜고짜 외국인에 호객…단속반 뜨자 "장사 망치냐" 되레 버럭

명동 '강매' 단속 동행해보니

명동 75개 화장품업소 긴급점검
가격표시제 위반 23곳 적발
서울시, 암행요원 투입해 단속도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1시께 서울 명동거리. 곳곳의 화장품 가게에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니하오’ ‘신 짜오’(베트남어 인사말)를 외치는 소리가 거리를 채웠고, 몇몇 가게에선 손님과 직원 간 승강이도 벌어졌다.

최근 명동에서 ‘강매당했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자 서울시와 중구, 서울경찰청이 명동관광특구 내 화장품 판매업소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섰다. 이날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명동 특구 내 75개 화장품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본지 5월 22일자 A25면 참조

서울시와 중구의 단속반원들은 행정 처분 대상인 가격표시제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경찰은 강매나 호객행위를 단속했다. 강매나 호객행위는 권유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강요에 이르는 경범죄처벌법 위반행위로 적발 시 현장에서 범칙금 8만원이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손님을 부르는 상인도 단속 대상”이라고 했다.

이날 가격표시제 단속에서 현장 요원과 업주 사이에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태국인 관광객에게 200만원어치 화장품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A 상점 사장은 단속대원들을 향해 “사진을 찍지 말라. 단속으로 매출에 영향이 있으니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버티며 한동안 협조를 거부했다. 단속원은 A 상점이 진열한 상품 중에서 가격표시제를 위반한 물품에 대해선 곧바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27~28일 이틀간 점검한 52개 업소 중 23개가 가격표시제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다수 품목을 묶음 판매하면서 수량을 미표기한 업소 등에 시정 약속 확인서를 배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다시 점검을 벌였을 때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단속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강매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없었지만 거리 곳곳에선 판매용 마스크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들이밀거나, 길을 막아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호객행위가 이뤄졌다.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도 많았다.

서울시는 강매와 과도한 호객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암행요원(미스터리 쇼퍼)을 투입해 강매 여부를 불시 점검하고, 음식점 등 다른 업종으로 단속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김영환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서울의 ‘쇼핑관광 1번지’인 명동에서 바가지요금과 강매 등 서울의 이미지를 망치는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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