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조선 잠수함 기술, 産銀 관리 중에 줄줄 샜다

퇴직자 등 5명 '핵심기술 유출' 혐의로 1심 재판 중

장보고3에도 쓰인 유럽社 기술
매각 추진 속 허술한 보안 틈타
외부로 빼돌려…대만 사업 참여

직원들 "보안망 사실상 없었다"
도면 통제없이 사용·직원간 공유
산은도 公자금만 치중하다 방치
4명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퇴직자 등이 2019년 재직 당시 장보고Ⅲ 잠수함에 활용된 유럽 A사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비공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던 대우조선해양에서 군사기술이 무더기로 유출되는 등 보안 관리에 심각한 누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檢 ‘잠수함 기술 유출’ 관련 재판 중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대외무역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대우조선 전 직원 B씨 등 관련자 5명에 대해 2022년 11월부터 지난 9일까지 총 16번에 걸쳐 1심 공판을 하고 있다.국가정보원이 2020년 ‘잠수함 도면 등 방산 기술이 다량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경남경찰청, 창원지방검찰청 등이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 중인 수출용 잠수함 ‘DSME 1400’ 등의 도면 유출 사건과 별도의 보안 사고다. 수사 기관은 B씨 등이 현직 신분으로 빼돌린 기술을 개인 사업에 사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에 매각된 2022년 12월 이전에 회사를 떠났다.

보안에 문제가 없다던 한화오션 측은 비공개 재판에서 기술 유출 피해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등이 대만으로 출국한 점에 비춰볼 때 현지 잠수함 사업에 관련 기술이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오션 측은 “재판 진행 중인 사안으로 관련 내용에 대한 언급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된 기술은 유럽 방산업체 A사 소유로 장보고Ⅲ(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에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보고Ⅲ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영하는 수직발사체계(VLS)를 장착한 해군의 핵심 전력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국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방산 기업인데도 보안 ‘구멍’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산업은행 관리 아래에서 20여 년간 공적자금 투입과 출자 전환 등의 과정을 거치며 여러 차례 매각이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조선 경기 악화가 겹치며 임금 동결과 구조조정 등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내부 기술 보안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게 전현직 직원들의 전언이다.

당시 대우조선 특수선 부문에서 근무한 C씨는 “내부망 접속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도면을 몰래 내려받을 다양한 방법을 직원끼리 공유할 만큼 보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협력사에 문서보안장치(DRM)도 하지 않고 기밀을 넘기는 일이 많았고, 외부 메일에 도면을 저장한 사실이 발각되거나 해외 출장 시 노트북을 잃어버린 사례도 발생했지만 쉬쉬했다. 2015년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에 들어간 뒤 2020년까지 잠수함을 건조하던 특수선 사업부에서 줄퇴사가 이어졌고, 상당수는 대만 잠수함 사업 관련 분야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술한 보안 체계는 2020년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2차 해킹 사고가 터진 뒤에야 수습에 들어갔고 2022년 12월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에 완전히 인수된 후 정상화됐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인수한 한화도 보안에 이토록 광범위하게 문제가 있었다는 건 몰랐을 것이란 점에서 피해자”라고 했다.이번에 드러난 재판을 포함해 산업은행 관리 시절 대우조선에서 벌어진 잠수함 기술 유출 의심 사고는 총 네 건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공적자금 회수에만 골몰한 산업은행이 정작 ‘K방산’의 핵심인 기술 관리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당시 대우조선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월급이 10년간 동결되고, 성과급 등도 지급되지 않아 ‘유혹’에 흔들리기 쉬웠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해군 제독 출신인 박동선 호서대 특임교수는 “대우조선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경영난을 겪는 방산 기업에는 정부가 별도의 보안 관리팀을 투입하는 식으로 군사 기술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오/김대훈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