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21년간 묻어둔 '타임캡슐'…뭐가 들었나 열어보니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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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쌍용·굿모닝·굿모닝신한·신한금투
51년간 간판 다섯 번 바꾼 신한투자증권
2022년 여의도 사옥 6395억에 매각
2년 임차계약 끝나 TP타워로 이전

신한투자증권이 타임캡슐과 같은 역사적 이벤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여의도에서 가장 부침(浮沈)이 많은 증권사'라는 타이틀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1973년 효성그룹이 서울 소공동에 설립한 '효성증권'이 시초입니다. 이후 1975년 을지로를 거쳐 1979년 명동 시대를 열었습니다. 과거 증권가(街)는 명동이 중심이었습니다. 효성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신탁(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신탁(하나증권), 국일증권(KB증권), 신흥증권(현대차증권), 제일증권(한화투자증권), 동양증권(유안타) 등이 다 명동에 있었습니다. 명동에 있던 한국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증권사들이 포진해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시멘트 회사였던 쌍용그룹 답게 최고, 최대를 지향하며 현재의 30층 높이의 건물을 지었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봐도 같은 모양을 가진 사각형과 원통 지붕이 어우러진,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형태의 빌딩이었습니다. 외부뿐만이 아닙니다. 쌍용그룹은 이 건물 내부에 엘리베이터를 16개나 설치해 임직원들이 기다리느라 낭비하는 시간을 줄였다고 합니다.
자본금 기준 국내 '빅3' 증권사에 오른 쌍용투자증권이었지만 IMF 구제금융을 거치며 미국계 투자회사 H&Q아시아퍼시픽이 쌍용으로부터 쌍용투자증권 지분 28.11%를 사들이면서 1999년 사명을 굿모닝증권으로 바꾸게 됩니다. 3년 후인 2002년 기존에 있던 신한증권과 합병하며 회사 이름은 다시 굿모닝신한증권으로 바뀌게 됩니다.합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합병을 반대하는 노조가 당시 도기권 사장을 '감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노조를 끊임 없이 설득한 도 사장의 추진력에 결국 합병에 이르게 된 굿모닝신한증권은 이후 서로 다른 회사에서 온 직원들 간의 '융합'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이듬해 3월 도 사장은 이 같은 융합의 염원을 담아 임직원들과 함께 타임캡슐을 묻어두게 된 것입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개정 자본시장법 도입과 함께 2009년 신한금융투자로 또 한번 사명을 바꿨습니다.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존 브로커리지(매매중개) 업무 이외에 기업금융, 자산관리(WM), 증권거래, 직접투자 등 다양한 금융투자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확장된 취지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정부는 법 취지에 맞게 'OO증권'이란 기존 회사명을 'OO금융투자'로 바꿀 것을 증권사들에 권했고, 그중 굿모닝신한증권만이 유일하게 신한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