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생 회장 "부산항 북항,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HMM 본사 오면 해운업에 새 활기"

인터뷰 /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세계적인 항만에는 해운회사 본사 모여있어
부산에 본사 있으면 관련 업무 신속 처리 가능
관광 중심점 될 복합리조트 유치도 추진할 것
“부산항 북항은 부산시민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화물이 키워드였던 부산항 북항은 현재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사람과 산업이 모여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양 회장은 물류회사에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1993년 은산해운항공을 설립했다. 30여년 동안 그룹 전체 매출 5000억원 규모의 회사를 일궈냈다. 부산항에 남다른 애정을 보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세계적인 항만에는 해운회사의 본사가 모여있다. 서울에 해운회사가 집중된 한국과는 다르다. 전 세계 해운업계 종사자 사이에선 ‘한국’보다 부산항이 더 잘 알려졌으므로, 사람이 중심인 항만의 미래상을 부산이 제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양 회장은 지난 3월 제25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직에 취임한 직후 HMM 본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HMM 본사와 노조 등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HMM의 본사가 부산으로 오면 선박 관리와 선원 관리, 선용품, 선박 수리 등 과거 부산 경제의 주축이었던 해운업 관련 산업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양 회장은 보고 있다. 그는 “ 서울의 해운업체 입장에선 선박 관리 등의 업무는 부산과 싱가포르, 상해의 공간·비용적 차이가 없다”라며 “해운업 본사가 부산에 있으면 관련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가능하므로, 부산 경제의 기초 체력을 더욱 키우는 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형 해운회사 한 곳을 유치하는 것 자체가 항만 생태계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복합리조트 건립도 지역 상공계와 호흡을 맞춰 추진하는 역점 사업이다. 싱가포르가 ‘마리나베이샌즈’와 ‘월드리조트 오브 센토사’ 등 2개의 복합리조트를 건립한 뒤 관광·마이스산업 육성에 크게 성공한 이후 세계적인 관광 트렌드는 대형 복합리조트가 주도하게 됐다는 게 부산상의의 분석 결과다.

일본은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총 세 곳의 복합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2025년 오사카 월드 엑스포 개최에 따른 후속 사업으로 2030년 약 11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건설 중이다. 태국도 지난 3월 하원 의회에서 카지노 합법화 법안을 의결하고 복합리조트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천시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4개의 복합리조트를 운영 중이다. 오픈 카지노 면허 취득에 따른 추가적인 증축 계획까지 이미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내국인 도박 중독자가 늘 수 있다는 시각 때문에 부산 복합리조트 유치 사업이 좌초했지만, 해외 사례로 봤을 때 적절한 규제로 도박 중독자를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라며 “관리 중심의 규제 적용 방안 등을 조건을 걸어 부산도 복합리조트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싱가포르는 내국인 대상 하루 15만원 정도의 값비싼 입장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가 보조금을 받는 사회 보호 계층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개인별 계좌 한도와 가족이 입장 제한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다. 일본 역시 주 3회 또는 월 10회 출입 한도를 설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부산항 북항부터 남구 문현동으로 이어지는 금융 산업 육성 정책과 스타트업 지원에도 힘을 보탤 방침이다. 특히 스타트업은 설립 후 꾸준히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부산상의의 파트너가 될 기업을 중점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지역 주요 기업의 CEO가 주축이 된 멘토링 그룹을 만들 예정이다. 경영 지원과 재무적 투자자가 필요한 스타트업은 부산상의 소속 9개 위원회 개최 시 IR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양 회장은 부산시민 식수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낙동강 수질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수원 보호구역조차 부산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양 회장은 최근 경남 의령군과 함양군 등을 방문해 부산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한 일을 벌이고 있다. 행정 차원에서 지지부진했던 협상안이 처음으로 경제 테이블로 오른 셈이다. 양 회장은 “함양 군수와 주민의 부산의 물 문제 해결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으로 신발 2000만원어치를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이 지원키로 했다”며 “사회공헌 사업 차원으로 부산의 식수 문제를 꼭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