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기술 적극 활용하는 스타트업…동남권 전통산업 기반 디지털화

부산연합기술지주, 8개사 지원
동남권 특성 살려 공장 설립 5곳
18억 투자…업체 후속투자 485억
금융·창업 정책이 인구 문제에 노출된 부산지역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떠올랐다. 부산시는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등 동남권 제조업에 디지털 전환 기술을 입히는 데는 창업 시스템부터 금융 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남 창원 엘렉트 공장에 하이브리드(엔진, 모터) 모듈을 적용한 굴착기가 세워져 있다. 엘렉트 제공

○제조 기반 기술창업 도시, 부산

부산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만6597개였던 부산의 일반 창업은 매년 수가 줄어 지난해 6만8332개로 21.1% 감소했다. 반면 부산의 기술 창업은 같은 기간 1만1211개에서 1만1521개로 2.8% 늘며 일반 창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도별로 분석한 자료에서도 일반 창업은 6만8000여 개에서 8만6000여 개로 변동 폭이 매우 컸지만, 기술 창업은 1만1200여 개에서 1만1600여 개 수준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기술 창업 기업의 지역별 특성도 뚜렷하다. 지난해 부산의 제조업 부문 기술 창업 비중은 18.9%로 교육서비스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반면 7대 특별·광역시에서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27.3%), 정보통신업(22.2%), 교육서비스업(19.2%) 순으로 기술 창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김광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국내 인구 문제 등이 겹쳐 국내 제조업이 전환점을 맞았다”며 “중후장대 산업 중심인 제조 육성 전략 밑그림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조 기반 스타트업의 공장 활용법은

부산연합기술지주는 제조 기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8곳을 발굴해 18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들 업체의 후속 투자 규모는 485억원에 달한다.

제조 기반 스타트업은 모두 지역 전통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글로벌 중장비 기계 관련 기업에서 근무한 연구원이 부산에서 창업하거나, 지역 대학교수가 대학병원과 연계해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들 중 직접 공장을 설립한 기업은 5곳이다. 모두 동남권 제조업의 특성을 살려 공장 입지를 결정했다. 뉴라이즌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초로 정전 필터와 나노 필터 소재를 융합해 기존의 필터 성능을 개선했다. 뉴라이즌은 아프리카 10개국에 50만달러가 넘는 규모의 필터를 공급했으며, 부산도시철도와 코레일 등에 공조용 필터를 납품했다. 버스와 해군 등 차량과 선박에서 필터의 수명이 기존 소재보다 길어졌으며, 집진 성능과 바이러스 차단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실적이 빠르게 오르면서 제조 라인이 필요해진 뉴라이즌은 석유화학 공장이 집적된 울산을 공장 설립지로 정했다.이외에도 월성원전과 고리원전이 가까운 부산 기장군 동남권의과학산단에는 원자력 공학 관련 스타트업이 자동화 공장을 설립했으며, 전기 굴착기 플랫폼을 개발한 엘렉트는 기계부품 관련 공장 집적지인 경남 창원에 공장을 만들었다. 엘렉트는 특히 모터와 엔진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에 더해 제어 시스템을 결합했으며, 모듈화로 단 3일 만에 구동 체계를 전환하는 기술로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무스마와 크리스틴컴퍼니는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해 제조산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무스마는 산업 현장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공장 설비의 모터 속도와 위치를 제어하는 기술과 센서 기술을 보유했다. 이를 기반으로 안전 장비 솔루션을 만들었다. 전 세계 산업 현장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크리스틴컴퍼니는 6개월가량이 걸리는 신발 제조 공정을 단 한 달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 신발 제조 공장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플랫폼에 적용했다. 신발 브랜드에 공정별로 연결이 가능한 최적의 공장을 추천한다. 신발 브랜드가 에이전트를 찾거나 개별 공장에 접근하는 방식을 사실상 없앴다.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을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동의대, 네이버와 함께 신발과 패션 트렌드를 예측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최수호 부산연합기술지주 투자전략본부장은 “아직 국내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 해외에서 기술력을 주목받는 수소 관련 기업 케이워터크레프트는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지역의 산업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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