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속옷 보여줘"…댄스학원 원장의 추한 '성추행 행각'

아이돌 연습생 배출한 유명 댄스 아카데미
학생들 꿈을 볼모로 한 '권력형' 성추행
#1."널 생각하면서 속옷을 샀어. 직접 입혀주고 싶은데. 내 앞에서 입어줄 거지?"(L 댄스 업체 김모 원장이 초등학생 A양에게 보낸 메시지)
#2."넌 유교 걸이 아닌 거 같은데? 조만간 쌤이 이론 알려줄까? ㅅㄱㅎ(속궁합을 암시하는 단어) 괜히 안 맞고 먹버되면 상처 크게 받을 수 있으니까." (김 원장이 중학생 B양에게 보낸 메시지)
인천 청라에 위치한 L 댄스 아카데미 내부 모습. /사진=온라인 갈무리
인천 청라에 위치한 한 무용학원에서 수년간 지속된 성추행이 발생해 십여명의 피해 학생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원장은 지난해 성추행 등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나온 뒤 원생들을 대상으로 반복해서 성추행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성범죄 전력이 있으면 취업이 제한된 학교와 달리 학원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일부 업종은 성범죄 이력이 있어도 취업이 가능한 '무법지대'여서 이 같은 피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성년자 대상 성추행…학부모들, "피해자만 수십명" 주장

29일 경찰과 교육계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 범죄수사대는 L 아카데미 무용학원 김 모 원장을 성폭력처벌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지난 4월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 원장은 교습 대상인 학원생 A양을 대상으로 수개월 간 지속해서 성추행해 온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피의자 진술에서 ‘공황장애가 있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진술했지만, 증거자료를 토대로 수사한 결과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현재 김 원장에게 성추행당한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소를 접수하고 있다. 한 피해 학부모는 “피해자는 최소 10여명으로 파악되고, 수년간 해당 원장에게 당한 피해 학생들까지 합치면 수십 명의 학생이 성추행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장의 미성년 학생들을 향한 성추행은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6학년 여학생 C양은
"원장은 댄스 하면서 초등학생들에게 섹시하다고 하면서 가슴·성기들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중학생 D양의 학부모는 "댄스학원의 특성상 신체를 사용할 일이 많은데, 아이에게 언더웨어(속옷)를 보여달라"라고 말하거나 “홈 데이트 할 때 언더웨어를 봐주겠다"는 식으로 아이에게 성적 대화를 유도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자기 잘못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학생들을 철저히 감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한다. 김 원장은 원내 폐쇄회로TV(CCTV)를 이용했는데, 화면만 녹화되는 게 아니라 음성도 녹음되는 기기였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과의 관계를 발설하는지 감시하기 위해서 불법적으로 음성 녹음이 되는 CCTV를 이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K팝 아이돌 꿈…날개 꺾인 아이들

해당 업체는 인천 청라 내 위치한 유명 댄스 아카데미로, 2018년 설립됐다. 아이돌 연습생 합격생, 실용음악과나 연극영화과 예고생 등을 무수히 배출했다. 아이돌이나 예중·예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곳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게 피해 가족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학원 업종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성범죄 이력이 있으면 개업 시에 제한이 있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출소 후 일정 기간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학원은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PC방 등에서 일할 수 없도록 취업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교습 업종이 아닌 임대업으로 등록된 곳의 경우 별도의 브레이크 없어 성범죄 전과자도 종사할 수 있다.

특히 김 원장은 지난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보석 석방 후 학원으로 돌아와 원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 행위를 반복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관할 기관인 인천서부교육청은 김 원장이 성범죄 경력이 있음에도 불법 교습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 4월 해당 업체 단속 및 경찰 고발 조치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학원교습업종이 아닌 임대업으로 등록돼 있어 별도로 김 원장이 근무하는 것 자체에 대한 제한은 하지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업소는 학원이 아니라 임대업을 하는 사업자로 등록이 돼 있어 원장이 성범죄 이력이 있더라도 교육청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원장이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족의 이름을 걸고 함께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추행 사태 이면엔 K-POP 산업의 그늘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POP 시장 과열로 청소년들이 너도나도 아이돌을 꿈꾸면서 업계가 과열됐고,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꿈’을 볼모로 한 ‘권력형 성추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해 사례가 줄 잇고 있지만 여전히 성추행당한 아이들은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학부모들에 따르면 김 원장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제보한 학생들에게 "앞으로의 대회에서 절대로 수상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 “이 업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식으로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김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 아이들의 트렌드에 맞춰서 선생님의 ‘개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을 뿐 성추행 등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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