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의 '상장사 최초' 밸류업 공시, 총점 C"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논평 통해 혹평
“핵심 지표인 자본비용 빠져"

기업들은 "정해진 형식·정답 없는 자율공시인데…내용 고민 크다"
챗gpt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
키움증권이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낸 '밸류업 공시(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에 대해 주주자본비용과 총주주수익률(TSR) 등 핵심 지표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9일 "키움증권이 상장사 최초로 내놓은 '밸류업 계획'은 C학점"이라며 이같이 논평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주요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 학계 인사 100여명이 속해 있다.포럼은 "키움증권은 지난 주말 금융당국이 밸류업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발표한지 이틀 만에 상장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를 냈다"며 "세부사항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공시 내용은 대부분이 지난 3월 이 회사가 밝힌 기업가치 제고방안과 중복된다"며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과 총주주수익률이 빠진 것도 유감"이라고 했다. 포럼은 키움증권이 이들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마 계산해보니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주자본비용 간 차이가 매우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움증권이 3개년 중기 목표로 ROE 15% 이상, 주주환원율 30% 이상, PBR 1배 이상을 제시한 점에 대해 이 포럼은 "작년 수치 대비 의미있는 목표설정"이라고 평했다. 작년 기준 키움증권의 ROE는 8%, 주주환원율은 47%, PBR은 0.5배다. 포럼은 키움증권의 이사회 역할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일반주주의 관점에서 주가 밸류에이션,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총주주수익률 등을 토론·심의·의결을 해야한다는 제언이다.

포럼은 "키움이 두번째 밸류업 제고 계획을 발표할 때는 이사회 책임하에 ROA를 저해하는 저수익 자산 내용을 밝히고, 이에 대해 개선·처리방항을 명기하길 권한다"며 "키움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주요 투자자 본사를 직접 방문하고, 주주의 목소리를 겸허히 청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른 회사들은 먼저 공시를 하겠다고 '순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구체적이고 충실한 제고 계획을 이사회가 검토·심의해 공시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밸류업 공시 줄이을 전망…'공개 범위·새로운 내용 등 골치'

정부가 최근 확정 발표한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요 상장사들은 연내 밸류업 공시를 내놓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밸류업 공시가 줄이으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을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 기관투자가 등의 기업 경영 관련 제언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기업에 공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밸류업 공시는 자율공시 사항으로 기업이 주주와 예비 투자자가 관심있을 법한 정보를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엔 각종 공시에 주요 정보가 흩어져있어 투자자들이 인지하기 어렵다는 게 당초 도입 취지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는 정답이나 정해진 형식이 없는 것이 오히려 골칫거리"이라며 "주요 지표나 사안을 모두 공개할 의무가 없는데도 내용을 빠뜨리면 '무슨 구린 이유가 있는 것이냐'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다른 상장사 IR 팀장은 "그동안 공시나 IR행사 등 투자자와의 소통을 부지런히 해온 기업이라면 밸류업 공시에 대단히 새로운 내용을 담기 힘든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라며 "기존 알린 사항들과 별다를 바 없다는 혹평을 들을까봐 없는 내용도 짜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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