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 오케스트라 지휘자 세갱 "제일 잘 하는 프로그램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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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는 역사 '어벤저스급' 메트 사단, 첫 내한"메트(MET)의 포디움에 선다는 건, 140년 넘게 이어지는 유산의 일부가 되는 거에요. 한 인간으로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죠."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
"인간이 만든 궁극의 예술, 그게 오페라죠"
'꿈의 무대'로 항상 언급되는 곳이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메트)도 그 중 한다.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극장 메트의 음악을 담당하는 메트 오케스트라(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역시 최고의 수준과 권위를 자랑한다. 1883년 창단한 이 악단은 말러, 토스카니니 등 여러 거장들이 거쳐갔으며 2018~2019 시즌부터 캐나다 출신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49)이 이끌고 있다. 메트 오케스트라와 메트의 주역 성악가들이 오는 6월 19일~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한국 공연을 갖는다. 세갱이 이끄는 메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현역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로 평가받는 엘리나 가랑차, 베이스 바리톤 크리스티안 반 혼, 소프라노 리제트 오로페사가 솔리스트로 나선다.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내한하는 이들은 오페라와 교향곡이 섞인 '메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 최근 서면으로 만난 세갱과 3명의 성악가들은 "세계 최고의 성악가, 연출가, 음악가를 비롯해 스태프, 디자이너 등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의 비전으로 뭉쳤다"며 "최고의 공연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봐달라"며 포부를 밝혔다. 세갱은 특히 프로그램 구성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메트가 가장 잘 하고, 메트의 강점을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고 그는 말한다. 이들은 19일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바르톡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 등을 들려주며, 20일에는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와 말러 교향곡 5번 등을 들려준다.
특히 이번에는 오페라 아리아뿐 아니라 국내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 OST로 유명한 말러 교향곡 5번도 들려준다. 오페라 연주를 주로 하는 이들이 교향곡 레퍼토리를 들려주는 건 흔치 않다 . 세갱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러 5번은 오페라처럼 완전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메트 오케스트라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생생한 스토리텔링에 매료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의 내한은 원래 2022년에 예정돼 있었지만, 팬데믹으로 취소됐다. 대규모 연주자들과 인력이 한 번에 모이는 오페라 극장에는 전례없는 위기가 찾아왔다. 세갱은 당시를 떠올리며 "지휘자인 저는 혼자 소리 낼 수 없기에 동료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힘들었다"며 "팬데믹이라는 위기로 인해 음악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새로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가장 그리웠던 것은 협업이었습니다.100명 이상의 서로 다른 목소리와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모여 음악을 한다는 건 드문 일이죠. 이때 예술과 음악이 우리를 연결해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깨달음은 저의 리더십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어요"
세갱에 대해 성악가들은 "가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세심하게 경청하는 진정한 협력자"라고 입을 모았다. 가랑차는 "그는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음악을 깊이 느끼기 때문에 상호 이해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반 혼은 "경청하고 인내하는 사람이며, 진정으로 협업하는 보기 드문 마에스트로"라고 평했다. 메트는 트렌드에 민감한 극장으로 평가받는다. 현대 오페라 공연을 확대하고, 라이브 공연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통뿐 아니라 혁신에도 관심이 많다. 세갱은 "어떤 분야에서든 혁신의 최전선에 서서 우리 주변 세계에 반응하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라며 "새로운 작품을 올리고 우리 시대의 오페라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했다.
성악가들 역시 오페라의 매력과 가치를 알리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오르페소는 "오페라는 인간이 만든 완전하고 궁긍적인 예술 형식"이라며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며 만든다는 점이 오페라의 매력"이라고 언급했다. “오페라는 단순한 음악과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 거울과 같아요. 사랑, 증오, 음모, 모험, 역사 등 인류가 겪어온 모든 것들이 들어있죠. 4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지속돼 온 최고의 스토리텔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