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찬성' 의사·약사들…'약 배송 경험'이 입장 갈랐다

의사·약사들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찬반 입장이 코로나19 때 실제 의약품 배송을 경험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약 배송을 경험했던 의사와 약사는 비대면 진료 제도 자체는 물론 약 배송 허용에도 긍정적이었다.

29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실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1년 인식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때 의약품 배송을 경험한 약사 중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57.8%였다. 10명 중 6명이 약 배송에 찬성한 것이다. 반면 약 배송을 경험하지 않은 약사는 찬성 비율이 18.3%에 그쳤다. 원산협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경험한 의사 113명, 약사 161명, 환자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실제 약 배송을 경험했는지 여부에 따라 약사들의 찬반 입장이 달라진 셈이다. 원산협 관계자는 "실제 효용을 체감한 약사들이 더 많이 약 배송에 찬성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코로나19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은 현재 1년째 진행 중인 시범사업에선 금지된 상태다. 환자는 비대면 진료 후에도 약국을 방문한 후 대면으로만 약을 탈 수 있다.

비대면 진료 자체에 대한 입장도 약 배송 경험 여부에 따라 크게 갈렸다.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접근성을 높여 환자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 비율은 약 배송 경험이 있는 약사가 66.7%, 경험이 없는 약사는 53.5%였다.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에 대한 입장도 약 배송 경험에 따라 달라졌다. 초·재진 여부, 질병의 종류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야 한다고 답한 약사 비율은 약 배송을 경험한 경우의 동의율이 72.2%로 경험하지 않은 약사의 동의율(43.7%)보다 훨씬 높았다. 의사 대상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비대면 진료 시 약 배송을 경험한 의사의 76.7%가 약 배송 필요성에 동의했다. 경험이 없는 의사의 동의율은 62.5%였다. 재진 여부, 질병의 종류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의사 역시 약 배송 경험 의사가 78.1%로 약 배송을 경험하지 않은 의사의 동의율 62.5%보다 높았다. 원산협 관계자는 "약 배송이 함께 허용돼야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 크게 올라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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