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 삐라' 테러…260여개 날려보냈다

풍선에 분뇨·꽁초 등 담아
전국 곳곳서 발견

대남 풍선 살포 '역대 최다'
2016년 이후 또 풍선에 '쓰레기'
정부 "북한의 심리전 테스트용"
김여정 "韓에 보낸 선물" 비아냥

한밤 '공습' 포함된 재난문자에
경기도 주민 "전쟁 났나" 화들짝
< 거창까지 날아간 ‘오물 풍선’ > 대남 전단 살포용으로 추정되는 5m 높이 하얀 풍선 두 개가 29일 경남 거창군에서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오전 5시30분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위험 물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군과 함께 풍선에 달려 있던 비닐 주머니를 수거했다. 비닐 주머니(작은 사진) 안에는 페트병과 종이 쓰레기 등이 담겨 있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8일 밤부터 각종 쓰레기와 오물을 넣은 풍선을 전국 각지에 살포했다. 29일까지 확인된 대남 풍선은 260여 개로 하루 동안 날린 대남 풍선 수 기준 역대 최다로 파악됐다. “북한이 심리전, 복합 위협 등을 벌였을 때 한국의 반응을 알아보려는 일종의 테스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北, “오물짝 살포” 이틀 만에 도발

거창까지 날아간 ‘오물 풍선’ 대남 전단 살포용으로 추정되는 5m 높이 하얀 풍선 두 개가 29일 경남 거창군에서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오전 5시30분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위험 물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군과 함께 풍선에 달려 있던 비닐 주머니를 수거했다. 비닐 주머니(작은 사진) 안에는 페트병과 종이 쓰레기 등이 담겨 있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어제(28일)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에서 29일 오후 4시 현재 260여 개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풍선에 달린 비닐봉지에는 가축 분비물과 같은 오물과 담배꽁초, 폐건전지 등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군에 따르면 풍선과 비닐봉지를 연결하는 끈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타이머와 기폭장치가 달려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대남 풍선을 날려보낸 것은 2016년 1월 이후 8년 만이다. 북한은 이날 새벽 서해 지역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도 했다.

합참 측은 “지상에 낙하한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하고 있고, 관련 기관에서 정밀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북한 풍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고,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특히 이번 도발은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이 26일 한국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은 민간 대북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북한이 극단적인 대남 심리전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풍선에 오물과 잡다한 물건을 집어넣어 우리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적인 도발 외에 심리전이나 작은 복합 위협이 우리(한국)에게 작용하는지 테스트하고 싶어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앞으로 한국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십 배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풍선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국제법’이 규정되는가”라며 “(풍선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비아냥댔다.

○비닐하우스 파손 등 일부 피해도

이날 경북 영천 비닐하우스 시설 일부가 대남 풍선 전단에 파손되는 등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전날 밤부터 경기지역 13개 시·군에서는 재난문자에 주민들이 놀라는 소동도 빚어졌다. 경기도는 전날 오후 11시32분께 파주 고양 연천 등 도내 13개 시·군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 따라 군이 경기도에 관련 사실을 알렸고, 경기도는 해당 지역에 재난문자를 보냈다. 다만 재난문자 내용 중 ‘Air raid’(공습)라는 영어 단어가 포함돼 일부 주민이 혼란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도 관계자는 “재난문자의 영문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붙는다”며 “‘대남 전단 추정 미상 물체’를 감안해 선택 항목의 ‘항공기’를 넣자 영문 ‘Air raid’가 따라갔다”고 해명했다.

김동현/오유림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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