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돌려막기 징계안 과도"…금융당국, 수위조절 가능성

랩·신탁 제재심 내달 다시 개최
KB·하나증권 징계 수준에 촉각
▶마켓인사이트 5월 29일 오후 4시 46분

일부 기관·기업에 약속한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랩신탁 계좌에서 ‘채권 돌려막기’를 일삼은 증권사들에 대한 징계 수준이 다음달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일부 영업정지와 감독자·행위자 직무정지, 감봉 등 중징계를 예고했다. 증권사들은 영업정지 등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고 맞서고 있다.
29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1일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한 징계 원안을 승인하는 안건을 보류했다. 민간위원 사이에서 징계 수준에 대해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심은 다음달 화상회의를 다시 열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국내 9개 증권사가 채권형 랩·신탁 상품 돌려막기로 고객 손실을 보전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하고 무더기 철퇴를 예고했다.과거 증권사들은 기관이나 법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채권형 랩·신탁 상품에서 높은 금리를 약속하면서 사실상 원금을 보장해줬다. 이 과정에서 ‘미스매치(만기 불일치) 운용’을 일삼았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채권 손실이 발생해 문제가 터졌다. 증권사들은 ‘큰손’ 고객 계좌에서 손실을 내지 않기 위해 다른 고객 계좌에 손실을 전가하기도 했다. 또 자기 고유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우회적으로 손실을 보전해줬다.

금감원 징계 원안에는 랩신탁 분야 영업정지 6개월을 포함해 운용 담당 임직원 중징계 및 최고경영자(CEO) 주의적 경고 등의 제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KB증권과 하나증권 제재심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다음달 열리는 제재심에서 핵심 사안은 이익 제공 혐의다. 증권사들이 랩·신탁 기관 고객의 손실을 회삿돈으로 보전해준 것을 놓고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지 제재심 위원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위 자체로 보면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레고랜드 사태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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