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악화에 '철맥경화'

철근 재고량 12년 만에 최대
국내 철강업계가 급증한 철근 재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수 시장이 위축되며 재고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철근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데다 철근의 원재료인 고철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강업체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국내 8대 제강사는 조만간 고철 트레이딩 업체와 가격 인하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월평균 재고량은 66만5149t으로 2012년(약 38만7000t)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1.4%, 1년 전보다 40% 늘어난 수치다.철근 내수 시장이 위축된 주요 원인은 건설 경기 불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 인허가는 7만4558가구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22.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철근 공장 가동률도 63%대로 떨어졌다. 1년 전 90%대에서 급감한 것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1년여 전만 해도 고철이 야적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요즘은 텅텅 비었다”고 말했다. 철근 수요가 확대되는 성수기인 4~6월을 앞두고 있음에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한국철강, 대한제강, YK스틸, 환영철강, 한국제강, 한국특강 등 국내 8대 철근 제조사는 원재료인 고철(철 스크랩) 가격을 ‘현실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국내 철근 유통 가격은 작년 말 대비 29% 하락했는데 고철 가격은 같은 기간 10% 떨어지는 데 그쳤다”며 “철근을 찍어낼수록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철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제강 마진이 감소하고 있다”며 “조만간 고철 판매상에 맞서 가격 인하를 위한 대응책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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