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업 재편 방향 알렸다…우량 자산도 비주력은 매각

배터리 재활용 어센드엘리먼츠
SK에코플랜트, 지분 매각 결정
IB업계 "2000억 넘는 자금 회수"

SK머티, 넷파워 지분 일부 매도
반도체·배터리 '선택과 집중'
▶마켓인사이트 5월 29일 오후 2시 8분

SK그룹이 투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그룹 차원에서 벌이는 ‘사업 재편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투자한 비주력 사업의 몸집을 줄이는 대신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SK그룹이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한 기업은 수익성이 좋아도 매물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세 배 수익 내고 지분 내놔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투자한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 매각을 최근 결정했다. 현재 미국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회사에 6084만달러(약 776억원)를 투자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어센드엘리먼츠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재활용 기업이다.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것과 동시에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을 하나의 공정으로 진행하는 ‘하이드로 투 캐소드(hydro-to-cathode)’ 공법을 보유하고 있다.투자 수익률도 높다. 2022년 SK에코플랜트가 처음 투자할 당시 회사 몸값은 5000억~60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지난해 싱가포르 테마섹, 카타르투자청 등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몸값이 2조원대로 올랐다. IB업계에선 SK에코플랜트가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회수해 재무구조 개선에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부채는 10조4868억원으로 2년 전보다 3조5787억원 늘었다.

SK머티리얼즈도 투자 지분을 팔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3일 발전소 운영업체인 넷파워 주식 250만 주(34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SK머티리얼즈는 작년 5월 넷파워에 5000만달러(약 66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매각으로 SK머티리얼즈 지분율은 16.7%에서 15.5%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만 붙으면 투자했던 SK가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투자는 지속

그렇다고 SK그룹이 투자 자체를 줄이는 건 아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밝힌 배터리 분야는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SK온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는 지난 28일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공장 운영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로보틱스에 2676만달러(약 367억원)를 투입했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유일로보틱스 지분 14.6%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다.

SK그룹 관계자는 “산업용 로봇 등이 배터리 공장 자동화에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가 어려워도 필요한 곳엔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다음달 열리는 확대경영회의를 전후로 이 같은 사업 개편 작업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어센드엘리먼츠, 넷파워 등 우량 자산 매각 작업이 추가될 수도 있다. SK그룹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와 SK이노베이션 및 9개 자회사에 설치한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의 제안 등을 토대로 사업 재편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업계에선 SKIET와 현금 흐름이 좋은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등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우섭/차준호/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