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UAE, 아랍권 첫 '경제동반자협정' 체결…무기·원유 관세 철폐

尹·무함마드 대통령 정상회담

수출입품목 90% 관세 없애기로
韓 게임·의료 서비스 현지 개방

양국, 19개 협정·MOU에 사인
15억弗 LNG선 6척 수주 협약
'바라카 원전' 후기 건설도 협력
< 블랙이글스 공중 사열 바라보며… >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공군 블랙이글스의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29일 아랍권 국가와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이번 CEPA로 UAE에 많이 수출하는 무기류와 자동차, 가전제품의 관세가 사라진다. 주요 수입품인 원유 관세도 철폐된다. 그동안 막혀 있던 국내 의료기관, 온라인 게임 업체의 UAE 현지 진출도 가능해진다. UAE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14위 교역 상대국인 만큼 정부는 CEPA 체결에 따른 경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입품목 90% 관세 없앤다

< MB 자택 방문 > 무함마드 UAE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논현동 자택에서 예방했다. /최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런 내용의 한·UAE CEPA를 공식 체결했다. 지난해 10월 협상이 타결된 지 7개월 만이다.

CEPA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비슷한 무역협정 중 하나다. 이번 CEPA로 양국은 전체 수출입 품목의 약 90%를 개방한다. 주력 수출품인 무기류, 의료기기 등 13개 품목은 협정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진다. KOTRA에 따르면 UAE는 2019~2023년 세계 전체 무기 수입액의 2.4%를 차지해 14위다.

압연기·금속 주조기 등 기계류는 5년 내에,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은 10년 안에 관세가 없어진다. 소고기 닭고기 과일 라면을 비롯한 농·축·수산물도 마찬가지다. 이들 품목 대다수의 현재 관세는 5%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수출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수입과 관련해선 원유에 부과된 관세(3%)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석유화학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국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13%가량을 UAE에서 수입한다. 게임, 의료 등 서비스 시장도 대폭 개방된다.

○4대 핵심 분야 협력 가속화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투자, 에너지, 원자력, 국방 등 4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CEPA를 포함해 총 19개의 협정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난해 UAE 측이 약속한 300억달러 규모 투자와 관련해선 협력 채널을 늘리는 내용의 MOU가 체결됐다. 그간 협력 채널은 산업은행과 국부펀드 무바달라 두 곳에 그쳤다. UAE 측은 협력 채널을 통해 한국 시장에 60억달러 이상의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에 15억달러 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6척을 제공하는 ‘LNG 운반선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양국은 현재 400만 배럴인 원유비축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의 MOU도 맺었다. 원자력 분야에선 바라카 원전 1~4기에 이은 후속 호기 건설, 원자력 연료 공급망, 소형모듈원전(SMR) 등에서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무함마드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반갑다 이 사람”이라며 맞이했고 무함마드 대통령은 “마이 프렌드”라고 화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UAE 원전 건설 수주를 위해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설득한 인연이 있다. UAE 아크부대(군사훈련 협력단) 파병도 재임 시기에 이뤄졌다.

이번 회담에선 UAE 대통령의 영애인 마리암 빈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국책사업 담당 부의장이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마리암 부의장이 해외 국빈방문을 수행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김건희 여사가 마리암 부의장에게 “한국을 첫 국빈방문 수행 국가로 선택한 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하자 마리암 부의장은 “첫 방문을 한국으로 올 수 있어 오히려 제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