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낳으면 서울 아파트 20% 싸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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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장기전세·안심주택' 도입서울에서 새 아파트에 저렴한 전셋값으로 살다가 아이를 낳으면 시세의 80% 가격에 집을 매수할 수 있는 ‘중산층 신혼부부 전용 임대주택’이 도입된다. 서울의 출생률이 0.5명으로 떨어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2026년까지 4400가구 공급
오 시장은 29일 서울시청에서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Ⅱ’와 ‘역세권 안심주택’ 신설을 골자로 한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Ⅱ는 아이를 한 명 낳으면 최장 거주 기간이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된다. 두 명 낳으면 살던 집을 20년 뒤 시세보다 10% 낮게, 세 명을 낳으면 20% 싸게 살 수 있는 매수청구권을 준다. 서울시는 오는 7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300가구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장기전세주택Ⅱ 2396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오 시장은 “높은 주거비로 출산을 망설이는 시민에게 아이 낳을 결심과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역세권 350m 이내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에는 신혼부부를 위한 안심주택을 3년간 2000가구 공급한다. 2027년부터 한 해 서울 신혼부부(3만6000쌍)의 약 10%에 해당하는 4000가구를 매년 공급할 계획이다.
첫째 낳으면 20년 거주…둘째 낳으면 살던 집 10% 싸게 구입 가능
출산 때마다 혜택 쌓이는 구조…소득기준, 중산층 수준으로 완화
서울시가 ‘신혼부부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은 것은 주거 문제가 저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출산을 망설이는 1순위 이유로 주거 문제가 꼽히고 있다”며 “높은 주거비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에도 큰 부담”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장기전세주택Ⅱ는 소득 기준을 중산층을 포괄하는 수준으로 완화했다. 전용면적 60㎡ 이하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에서 120% 이하(맞벌이 150%)로, 60㎡ 초과는 120%에서 150% 이하(맞벌이 200%)로 대상을 확대했다. 소유 부동산(2억1550만원 이하)과 자동차(3708만원 이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소득 증가에 따른 퇴거 부담을 덜기 위해 재계약 때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 자녀를 한 명 출산할 때마다 20%포인트씩 높아지는 방식이다. 예컨대 입주 때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200%(3인 기준 1439만원)인 맞벌이 가구는 3자녀 이상 출산 때 최대 260%까지 높인다.
유자녀와 무자녀를 구분해 공급 물량의 50%씩을 배정한다.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방 2개 이상의 주택형을 우선 제공한다. 선정 기준은 자녀 수 항목을 뺀 가점제다. 서울시 연속 거주 기간,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항목별로 각각 10년 이상이어야 만점인 5점이 주어진다.역세권 350m 이내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에 짓는 ‘역세권 안심주택’도 관심을 끈다. 임차료가 주변 시세의 70~85%(민간), 50%(공공) 수준이다. 결혼 7년 이내인 신혼부부와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가구당 면적은 전용 44~60㎡ 선이다. 곧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신혼부부 특성을 고려해 커뮤니티 공간으로 육아나눔터와 서울형 키즈카페 등 맞춤형 육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민간임대는 세입자에게 의무임대기간(10년)이 끝나 분양 전환할 때 시세로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공공임대는 20년 거주 후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 매수가는 감정가의 90% 이하, 3자녀 이상 출산 때는 80% 이하다.
민간 사업자의 역세권 안심주택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먼저 임대 70%, 분양 30%로 배정해 사업성을 높여줄 계획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문제로 사업이 중단된 청년안심주택 20곳 중 5~6곳을 신혼부부 안심주택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2종 일반주거지를 준주거지로 종상향하는 등 용적률도 높여준다. 건설자금 최대 240억원에 대해 2%포인트의 이자 차액(대출금리 연 3.5% 이상)도 지원한다.
박진우/이유정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