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언론 통제법' 통과…"러시아 노예 되는 길 택해"

러시아식 '반정부 인사 탄압'법
친러 의회,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러시아 인접국 조지아 의회가 이른바 ‘러시아식 언론 통제법’으로 불리는 ‘해외 대리인법’을 통과시켰다고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의회 다수당인 ‘조지아의 꿈’이 밀어붙인 이 법은 예산의 20% 이상을 외국에서 지원받는 언론과 비정부기구(NGO)는 정부에 등록하고, 감시를 받도록 하는 법률이다. 그러나 이 법은 러시아가 2012년 제정해 반정부 인사 탄압 도구로 사용해온 법률을 모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의회는 법안을 재차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표차로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의회의 법률안 재의결 직후 “다수당 의원들은 러시아 노예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조지아 의회는 조지아의 꿈이 전체 150석 중 90석을 차지하고 있고, 행정부는 무소속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조지아의 꿈은 “조지아의 주권을 강화하고 서방의 지원을 받는 단체의 영향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외교부는 조지아가 벤치마킹한 러시아의 외국 대리인 법률에 대해 “미국도 해외 대리인 등록법이 있지만 외국 정부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로비스트와 홍보 대행사 등에만 등록을 요구한다”며 “러시아는 이 법을 근거로 해외 언론사를 경찰이 급습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계좌를 동결시키는 등의 탄압을 자행한다”고 지적했다.

친서방 기조가 우세하던 조지아가 이 법률 제정을 계기로 시민 사회를 탄압하며 친러시아 쪽으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흑해 동부에 있는 인구 370만 명의 옛 소련 국가인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외교 관계를 단절했지만, 이후에도 은밀히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세력이 정치권에서 득세하고 있다.

이날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의회 앞에선 친러시아 세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 법률은 허위 정보와 양극화에 맞서는 조치를 취하고 시민 사회의 기본권을 강조하는 EU의 핵심 원칙과 가치에 어긋난다”며 “조지아 사회가 여러 영역에서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