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귀화 권유에도"…'바둑 황제' 조치훈, 국적 지킨 이유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바둑의 전설로 불리는 조치훈 9단이 숱한 귀화 권유에도 한국 국적을 지킨 이유를 밝혔다.

29일 최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조 9단은 '나의 이력서'라는 연재 칼럼을 통해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슬픈 역사를 짊어졌던 한국이 너무도 애틋해 국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조 9단은 "세상을 떠난 아내와 아이는 모두 일본 국적이라 나도 귀화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을지 모른다"라며 "자신이 몸담았던 일본 기원 등에서도 여러 차례 귀화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조 9단은 부산에서 태어나 6살이던 1962년 일본으로 바둑 유학을 떠났다. 11세에 일본 기원에 입단한 이후 일본에서 계속 활동해왔다. 1980년 일본 최고 타이틀인 명인(名人)을 획득했고 1990년대 중후반에 일본 1~3위 기전인 기성(棋聖), 명인, 본인방(本因坊)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삼관(大三冠)에 4번이나 올랐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이 묻힐 묘는 일본에 쓰겠다면서 "명예와 부를 안겨준 (일본에) 감사한 마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가 죽으면 뼈 한 조각은 (고향인) 부산 앞바다에 뿌려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조 9단은 또 "38년 남짓 결혼 생활하며, 타이틀을 딴 뒤 숙소에서 전화하면 아내가 '잘했다'고 말해줬다"며 "이 말을 듣고 싶어 열심히 바둑을 뒀다"고 회고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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