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전 공동 CEO 징역 7년 6개월 선고…검찰 구형보다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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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정치자금 공여 혐의 인정2022년 11월 파산한 암호화폐거래소 FTX 계열사의 공동 CEO을 지냈던 라이언 살라메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5~7년형과 변호인이 요구한 18개월보다도 형량이 크게 늘었다. 주요 혐의 중 하나였던 불법 정치자금 공여에 대한 의도가 밝혀진 영향으로 보인다.
몰수금 600만달러·배상금 500만달러 명령도
뉴욕 법원, "범행 의도 명확" 판단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이날 FTX 창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의 최측근인 살라메가 징역 7년 6개월과 석방 후 3년간의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600만달러 이상의 몰수금과 500만달러 이상의 배상금 지급 명령도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라이언 살라메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FTX의 자금줄로 알려진 알라메다리서치의 고위 관리로 근무하다, 2021년 10월부터 FTX의 바하마 계열사인 FTX디지털마켓의 공동 CEO를 지냈다.이번 판결은 지난해 9월 살라메가 FTX의 정치 후원금 불법 공모 혐의와 무면허 송금 사업 운영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며 내려졌다. 살라메는 검찰에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감경받는 플리바게닝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데이터에 따르면 살라메는 2022년 중간선거 당시 공화당 후보자들과 관련 정치권에 2400만달러(약 326억8000만원) 이상을 기부해 그 해 최고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재판에는 과거 살라메가 절친한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살라메는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정치권에 기부하고, 공화당 기부금은 살라메가 지불한 것처럼 보이게 싶어한다고 적었다. 선거자금을 기부한 목적에 대해서는 "친(親) 가상자산 인사를 위해 반(反) 가상자산 인사를 뿌리뽑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의 루이스 A 카플란 판사는 "살라메는 자신이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며 "이를 세상 사람들이 모르도록 숨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데미안 윌리엄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 검사는 "살라메는 두 가지 범죄에 연루되며 미국 선거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오늘 선고는 이러한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살라메는 재판에서 자신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사과한 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 불법이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형을 선고 받기 전 살라메는 "구원을 위한 나의 길을 시작하고 있다"며 "(형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역대급 금융 사기'인 FTX에 대한 심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FTX 고위 경영진 3명도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FTX 자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캐롤라인 엘리슨 전 CEO 게리 왕 FTX 공동 창업자, 니샤드 싱 FTX 전 수석 엔지니어 등이다. 세 사람 모두 검찰에 협력하며 징역형을 유예받는 대가로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재판에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는 지난 3월 진행된 1심에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의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