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난 AI 챗봇 빌리버…K팝-AI 접목, 팬 소통에 큰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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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AC 세계 총회' 참석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총괄 프로듀서가 K팝과 AI 접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저작권 관련 법규 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K팝 특별 기조 연설자로 나서
'K팝-AI 접목' 컬처테크놀로지 강조
"명확한 저작권 법규 제정되어야"
AI 실명제·스마트 계약 시스템 일원화 등 제안
이 전 총괄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진행된 '2024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하 CISAC) 세계 총회'에 참석했다.K팝 특별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 전 총괄은 비온 울바에우스 CISAC 회장, 마르셀로 카스텔로 브랑코 CISAC 이사회 의장, 이본 차카차카 부회장, 가디 오론 사무총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등을 언급하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귀한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다"고 운을 뗀 그는 "저는 어릴 때 가수였지만, 원래 이공계 학생이었고, 컴퓨터나 기계를 좋아하고 로봇 세상을 꿈꾸고, 컴퓨터 엔지니어링 석사학위를 받은 청년이었는데 노래를 더 좋아하다 보니까 다시 어느새 가수로 음악인으로서, 프로듀서가 되어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전 총괄은 "가수로서, 작사·작곡자로서, 프로듀서로서 SM이라는 기업을 만들어 가요계를 산업화하고 K팝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한국의 아이돌 산업을 세계화하는 여정을 거쳐왔다"면서 창업한 SM이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돌이켜보면 CISAC가 전 세계 모든 콘텐츠 창작자들의 삶에 크게 기여해왔음을 실감한다고 했다.SM 시절부터 홀로그램 콘서트, 아티스트 VR 체험 등 대중문화에 과학 기술을 접목하는 여러 시도를 해온 이 전 총괄은 이날 자신을 스스로 "AI 챗봇 빌리버"라고 칭했다.
그는 "AI와 챗봇의 기술이 빛과 같은 속도로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혹은 더 매력적인 외모와 더 아름다운 목소리로 인간 팬들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 팬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대답을 해주고, 창작자들을 대신해 팬들과 소통을 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팝과 AI의 접목은 K팝이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이 전 총괄은 "K팝 AI의 접목은 제가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던 컬처와 테크놀로지의 융합이며, 셀러브리티와 프로슈머인 팬들과의 더 길고, 더 폭넓은, 전면적인 만남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AI 챗봇은 이미 텍스트 생성, 음악 작곡, 이미지 창작에서 그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셀러브리티와 팬들의 만남을 매개하는 이 AI 기술의 진화에 맞추어 콘텐츠 산업자들도 빠르게 비즈니스 구도를 만들고,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다만 ▲저작권 침해 이슈 ▲불법 복제 및 배포 ▲표절 이슈 등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창작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창작자들의 수익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창의성이 중요한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AI 챗봇이 보이스피싱에 이용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보이스 피싱을 넘어 아바타, 페이스 피싱의 시대가 올 것이므로 CISAC를 비롯해 각국 기술, 콘텐츠 관계 정부 기관과 협회는 관련 법과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늘 법이 많이 느리다"고 짚은 그는 "명확한 저작권 법규가 제정되어야 하고, 저작권 침해 방지 기술의 개발 및 세계 기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챗봇과 아바타, 로봇 등에게 일종의 주민등록증, 즉 ID가 발급되어 '실명제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술로 누구나 쉽게 '스마트 계약'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조건이 실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계약의 신뢰도도 높아지고 시간적, 경제적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계약 시스템 기준이 전 세계적으로 일원화되는 게 창작자들의 권리와 재산권을 보호받는 데에 최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총괄은 "창작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이 그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한다"면서 "스마트 계약이 세계적 기준 속에서 컴퓨터로 체계화된다면, 지역 시스템의 낙후로 인해 자기 창작물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사는 이들에게도 고른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괄은 "AI의 세상은 우리 창작자들에게 엄청난 기회의 세상이자, 저작권과의 전쟁 시대를 예고하기도 한다"면서 "정책 정비, 세계 기준 설정, 컴퓨터라이제이션을 통해 콘텐츠 생산자들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AI의 세상을 여는 데에 CISAC를 비롯해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한편 1926년 창립된 CISAC은 전 세계 116개국 225개의 저작권 단체를 회원국으로 두며 세계 저작권 산업의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저작권 관련 비정부 기구다. 음악·드라마·문학·조형 및 시각예술 등을 아우르는 문화예술 분야 500만여 명의 창작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CISAC 세계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 건 20년 만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