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집 한 채 팔면 구로구 집 166채 산다…'빈익빈 부익부'

올해 가장 비싼 집, 한남동 '나인원한남' 120억원에 팔려
오류동서는 7200만원도 거래…"서울 집값 더 벌어졌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집값이 반등하면서 양극화도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집은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로 120억원이지만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집은 구로구에 있는 7200만원이었다. 용산구 아파트 1가구를 팔면 구로구 아파트 166가구를 살 수 있는 셈이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올해 들어 전날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매매 계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손바뀜한 집은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나인원한남'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 전용 244㎡는 지난 4월 120억원에 팔렸다. 마지막 거래는 2021년 12월로 당시 90억원에 팔렸는데 3년 만에 30억원이 뛴 것이다.100억원대 거래는 또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7차' 전용 245㎡는 지난 3월 11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직전 거래는 80억원(2021년)이었는데 이보다 35억원 높은 가격에 거래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00㎡도 지난 9일 109억원에 팔렸고, 나인원한남 전용 200㎡도 지난달 103억원에,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 273㎡도 지난 3월 103억원에 매매 계약이 맺어졌다. 이 밖에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5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 곳은 79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해당 기간 서울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썬앤빌' 전용 14㎡로 지난 1월 7200만원에 팔렸다. 강북구 수유동 '수유역하이씨티' 전용 12㎡도 지난달 7900만원에, 강서구 화곡동 ‘한양아이클래스’ 전용 13㎡도 7900만원에 거래되는 등 1억원 미만의 아파트 거래도 30여건이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 1가구를 팔면 오류동 '썬앤빌'을 166가구 살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락했던 집값이 반등하는 속도와 시기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2022년 집값 급락 이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미 서울 집값 양극화는 상당 부분 진행됐다"며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강남 3구를 비롯해 마포, 용산, 성동구 등은 집값이 가파르게 회복했지만, 서울 외곽 지역 등에선 여전히 회복이 더디다"고 짚었다.그러면서 최근의 집값 양극화는 대출이 큰 영향을 준다고 봤다. 고가 주택 시장은 상대적으로 금리나 대출의 영향을 덜 받지만,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시장이 침체하면 급매물이 나오고 집값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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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이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인구 감소, 저성장 등 구조적인 문제가 집값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서울 내에서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은 집값이 계속 오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점점 하락할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금리인하 속도가 빠르다고 보기 어렵고 경기회복 속도도 더디다"며 "수요자 입장에선 향후 상황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큰 지역을 더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당분간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 집값 양극화 현상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의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5.02로 2018년 9월 기록한 5.01 이후 가장 높았다. 이 배율은 지난해 5월 만해도 4.62였는데 점점 오르는 모양새다.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주택과 저가 주택의 가격 차가 심하단 뜻이다.

이달 서울 아파트 상위 20% 평균 매매가격은 24억7958만원, 하위 20%는 4억9338만원이었다. 작년 5월 상위 20% 평균 매매가격과 하위 20% 평균 매매가격은 각각 23억8540만원, 5억1532만원이었는데 1년 사이 하위 20% 집값은 2194만원 내리고, 상위 20% 집값은 9418만원 뛰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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