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때리기' 머뭇…전기차 관세 미룬다

관세부과 결정 7월로 연기

내달 EU 의회 선거 후 결정
佛 "이익 없는 무역전쟁 피해야"
일부선 '中과 긴장완화' 요구도

유럽산 돼지고기·브랜디 등
中, 보복 관세 맞대응 예고
미국, 중국, 유럽 간 무역 분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결정 발표를 연기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다음달 치러지는 EU 의회 선거 이후로 발표를 늦춘다는 방침이다. 미국 기조를 따라 대중 무역장벽을 높일지, 경제 성장을 위해서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할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둘러싼 긴장 확대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음달 5일 발표될 예정이던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의 잠정 상계관세 부과 결정이 EU 의회 선거로 인해 7월 4일로 한 달 미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의회 선거운동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중국이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보조금을 지급해가며 점유율을 확대했다고 지적해왔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의 대중국 상품 무역 적자는 해마다 증가했다. EU 통계국에 따르면 유럽의 대중국 상품 무역적자 규모는 2019년 1650억유로에서 지난해 2910억유로로 1.7배 이상 확대됐다. 10년 전(2013년·1042억유로)과 비교하면 약 세 배 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이 수십 년간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CATL과 비야디를 세계 1, 2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키웠고, 자국 소비자에게 오랜 기간 전기차 구매세 인하 혜택을 줌으로써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다고 판단해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진행했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전동차, 의료기기 외에 중국산 주석도금 강판 반덤핑 조사에도 나섰다.이에 맞서 중국 상무부도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미국·EU·일본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EU산 돼지고기 반덤핑 조사와 독일과 슬로바키아산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 관세 인상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월 5일에는 프랑스산 코냑을 포함한 수입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시작하는 등 관세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의견 갈린 유럽

EU 내에서도 반덤핑 조사 및 상계관세 부과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중국은 EU의 3대 수출국이자 최대 수입국 중 하나기 때문이다. 폴커 비싱 독일 교통부 장관은 29일 EU 집행위의 중국산 전기차 조사를 동독에 비유하며 “현재 일부 EU 회원국 정부가 경쟁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24일 “유럽은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 무역전쟁을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CMP는 이 발언들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장관들이 중국과의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이달 초 5년 만의 유럽 순방길에서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에서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EU의 반보조금 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미국, EU, 중국의 관세·무역 분쟁이 확대된 국면에서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EU 의회 선거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5년간 EU 정책을 주도할 차기 집행위원장이 누가 되는지가 글로벌 무역 분쟁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에서는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된 간첩 피의자가 잇달아 적발되고, EU 일부 의원이 친러시아 선전 세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거 결과 지난 5년간 집행위원회를 이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반보조금 조사를 주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한 발 뒤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그는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집행위원장 후보 토론회에서 “EU는 중국에 훨씬 더 맞춤화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동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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