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긴 평화 속 어둠의 그림자…'내전: 관념 속 역사'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한 그들…'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 내전: 관념 속 역사 = 데이비드 아미티지 지음. 김지훈 옮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긴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양차 대전의 교훈 덕택인지 국가 간 분쟁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 국가 간 전쟁은 인도-파키스탄, 에리트레아-에티오피아 전쟁 등 2건이었다.

그렇다고 폭력 자체가 감소한 건 아니다. 2016년 국지적 무력 분쟁은 아시아·아프리카에서만 49차례 발생했다.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현재 "긴 평화의 짙은 그림자, 곧 '내전'이라는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내전은 조직화한 인간 폭력 중 가장 광범위한 장소에서, 가장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대량 살생이 발생하고, 가족을 갈라놓고, 공동체를 산산조각 내며, 국가를 변형시킨다.

르네상스 시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대외 전쟁은 내전이라는 병폐에 비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1989년 이래로 '국가내부전쟁'(intrastate war)은 연평균 20차례 정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1816년부터 1989년 사이 전 세계 내전 발발 연평균 건수보다 10배 많은 수치다.

내전에 낭비되는 돈도 연간 1천2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반구 선진국이 1년 동안 남반구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또한 내전은 국가 간 전쟁보다 4배 이상 더 길게 지속되며,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가난한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는 "내전은 가난처럼 항상 우리 곁에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리고 그 동행이 지속되는 한, 대개 세계의 빈곤층을 괴롭힐 것"이라고 말한다.

글항아리. 424쪽.
▲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 일란 파페 지음. 백선 옮김.
이스라엘 역사학자인 저자가 자국 역사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책.
책에 따르면 유대 민족주의 운동인 시오니즘은 성서 복음주의로 포장돼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핍박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수천 년간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을 내쫓으려 하고, 종족학살까지 자행한다.

만약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는 학살의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이 지금은 끔찍한 종족 청소의 가해자가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1948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고향을 떠났다' 등 이스라엘이 구축한 10가지 신화를 통렬히 비판한다. 틈새책방. 32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