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 판결, SK 주가에 호재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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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이후 SK 주가가 급상승세를 탔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약 1조3830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영향이다.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SK 주가에 중장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SK는 전일대비 9.26% 뛴 15만8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한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SK를 194억82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투자가와 사모펀드는 각각 322억2200만원, 42억7000만원만큼 SK를 순매수했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까지 재산 분할 대상으로 봤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작년 4월 기준 SK의 주식 1297만5472주를 가지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2조514억원어치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재산분할 금액을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위자료와 SK㈜ 주식 50%를 요구했던 노 관장이 2심에선 항소 취지 변경신청서를 통해 주식 대신 현금을 요구한 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이때문에 최 회장의 일부 보유주식에 대한 소유권 자체가 노 관장에게 이전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대신 최 회장은 1조3000억원 이상을 조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개미투자자에겐 이게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보유 현금과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 경영권과 무관한 SK실트론 보유 지분을 팔아 재산분할액을 지불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중론이다. 최 회장은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지분 29.4%를 갖고 있다. TRS는 지분 가치 변동에 따라 최 회장이 손익을 취하고, 금융 회사에 수수료를 주는 형태다. 인수 당시 2535억원이었던 지분가치는 현재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이 자금조달을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주식담보대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식담보대출은 통상 대출일 전날 종가의 40~70%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A종목의 전날 종가가 주당 10만원이었다면 증권사가 이를 담보로 4~7만원을 대출해준다는 얘기다.최 회장은 보유 주식 중 59.2%인 767만주를 담보로 걸어 4115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2022년까지는 대출액이 2800억원가량이었으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상당폭 늘었다.
증권가는 최 회장이 SK 주식을 추가로 담보로 잡을 경우 SK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철벽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보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대출자인 최 회장이 추가로 담보를 설정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최악의 경우엔 대출을 내준 증권사가 담보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마진콜)를 당할 수 있어서다.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최 회장의 의결권도 그만큼 깎이게 된다. 반대매매 주문이 장 시작전 하한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재산적 측면에서도 손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 회장이 앞서부터 주식담보대출 비중을 늘려온 만큼 주식담보대출 규모를 더 키운다면 추가 담보 설정에 따르는 부담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SK가 주가 방어에 만전을 기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SK㈜은 작년 매입한 자기주식 69만5626주 전량 소각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매입가 기준 1198억원 규모다.
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더 커지면 SK의 배당정책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최대주주가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내야하는 만큼 이 이자 비용을 주식 배당금으로 충당하려는 유인이 생겨서다.
조은아 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 등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한 기업은 통상 대출이 발생한 이후 배당을 증가시키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주주환원 확대를 비롯한 '기업 밸류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SK가 최대주주의 주담대 이자 등을 고려해 겸사겸사 배당 확대에 나서더라도 시장 이목에 있어선 별 부담이 없을 것"며 "어쨌든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모로가도 서울로 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섣불리 주가 향방을 논할 시점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 회장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재산분할 결과가 확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법원 선고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너무나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아직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30일 SK는 전일대비 9.26% 뛴 15만8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한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SK를 194억82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투자가와 사모펀드는 각각 322억2200만원, 42억7000만원만큼 SK를 순매수했다. 이날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까지 재산 분할 대상으로 봤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작년 4월 기준 SK의 주식 1297만5472주를 가지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2조514억원어치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재산분할 금액을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위자료와 SK㈜ 주식 50%를 요구했던 노 관장이 2심에선 항소 취지 변경신청서를 통해 주식 대신 현금을 요구한 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이때문에 최 회장의 일부 보유주식에 대한 소유권 자체가 노 관장에게 이전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대신 최 회장은 1조3000억원 이상을 조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개미투자자에겐 이게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업계에선 최 회장이 보유 현금과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 경영권과 무관한 SK실트론 보유 지분을 팔아 재산분할액을 지불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중론이다. 최 회장은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지분 29.4%를 갖고 있다. TRS는 지분 가치 변동에 따라 최 회장이 손익을 취하고, 금융 회사에 수수료를 주는 형태다. 인수 당시 2535억원이었던 지분가치는 현재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이 자금조달을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주식담보대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식담보대출은 통상 대출일 전날 종가의 40~70% 수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A종목의 전날 종가가 주당 10만원이었다면 증권사가 이를 담보로 4~7만원을 대출해준다는 얘기다.최 회장은 보유 주식 중 59.2%인 767만주를 담보로 걸어 4115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2022년까지는 대출액이 2800억원가량이었으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상당폭 늘었다.
증권가는 최 회장이 SK 주식을 추가로 담보로 잡을 경우 SK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철벽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보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대출자인 최 회장이 추가로 담보를 설정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한 최악의 경우엔 대출을 내준 증권사가 담보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마진콜)를 당할 수 있어서다.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최 회장의 의결권도 그만큼 깎이게 된다. 반대매매 주문이 장 시작전 하한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재산적 측면에서도 손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 회장이 앞서부터 주식담보대출 비중을 늘려온 만큼 주식담보대출 규모를 더 키운다면 추가 담보 설정에 따르는 부담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SK가 주가 방어에 만전을 기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날 SK㈜은 작년 매입한 자기주식 69만5626주 전량 소각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매입가 기준 1198억원 규모다.
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더 커지면 SK의 배당정책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최대주주가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내야하는 만큼 이 이자 비용을 주식 배당금으로 충당하려는 유인이 생겨서다.
조은아 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부연구위원 등이 201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한 기업은 통상 대출이 발생한 이후 배당을 증가시키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주주환원 확대를 비롯한 '기업 밸류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SK가 최대주주의 주담대 이자 등을 고려해 겸사겸사 배당 확대에 나서더라도 시장 이목에 있어선 별 부담이 없을 것"며 "어쨌든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모로가도 서울로 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섣불리 주가 향방을 논할 시점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 회장이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재산분할 결과가 확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법원 선고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너무나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아직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